요즘 퇴근 후에는 녹초가 된 채로 편안하게 침대에 반쯤 누워서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그대로 잠들어버리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조금 한가했던 시기에는 종종 게임을 즐기곤 했다. 뭐──, 꼭 한가하지 않았어도 하긴 했지만.
이렇게 말하면 게임을 하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지만 실제로는 꽤나 오래 전부터 즐겨온 취미 중 하나다. 열 살이 되기까지의 시간을 제외하고 꾸준히 해왔으니, 언젠가 나의 성장기를 이야기해야 할 기회가 있다면 게임이라는 카테고리가 삼 할 정도는 차지하게 되지 않을까.
물론 한 가지 게임만 꾸준히 해왔던 것은 아닐뿐더러 게임에도 음악이나 패션처럼 유행이라는 게 존재하기 때문에, 장르를 불문하고 당시에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이것저것들을 일관성 없이 닥치는 대로 해왔다. 덕분에 나름대로 오래된 취미 중 하나인데도 불구하고 “이 게임만큼은 자신 있다.” 라고 말할 수 있을만한 게임이 없다는 점은 허무하다는 생각도 든다.
한 가지 게임은 아니지만 한 회사의 게임이라고 하면 이야기가 조금 다를까. 블리자드의 게임은 워크래프트 시리즈를 시작으로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까지 지금까지도 나름 재미있게 즐기고 있다. 특히, 얼마 전에는 2002년에 발매된 워크래프트의 1.27패치와 디아블로2의 1.14a패치가 이루어졌는데, 무려 15년이 지난 게임이지만 꾸준한 패치로 신경써주는 점이, 지금도 즐기고 있는 내겐 굉장히 고마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보니, 어느 순간 꽤나 두텁고 단단한 신뢰가 생겨있어서, 지금은 블리자드의 신작이라고 하면 일단 무슨 게임인지 듣기도 전에 먼저 결제부터 할 수 있을 정도로 팬이 되어버렸다.
어쨌든, 이제는 순간의 반응 속도가 승부를 좌지우지하는 게임은 피곤하기도 해서 웬만하면 한 손으로도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선호하게 되었는데, 그런 니즈를 반영한 것인지 요즘에는 자동진행시스템이라는 것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일일이 조작해야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줘서 고맙기도 하지만, 가끔은 게임을 직접 하는 것이 재밌는 건지 진행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재밌는 건지 알 수 없을 때도 있다. “그 정도로 귀찮아하는 주제에 대체 게임은 왜 하는 거야?” 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 그건 게임을 하고 있는 나조차도 스스로에게 되묻고 있는 부분이기에 딱히 뭐라고 할 말이 없다.
요즘은 리그오브레전드(LOL)와 같은 AOS장르의 게임들이 유행인 모양인데, 사실 10년 전에도 카오스라거나 비슷한 장르의 게임들이 유행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더플코트나 DSLR 카메라를 다시 선호하게 되었던 것처럼 유행은 게임에서도 돌고 도는 느낌이다. 어쩌면 그것도 나이에 따라서 생각하는 게 다를지도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