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이 된 이후로, 언젠가부터 술이라는 것이 어느 모임에서든, 마치 오래된 구성원 중 한명처럼 ‘원래 여기 있었다.’라는 느낌으로 빠지지 않게 되었다. 어째서 술 같은 걸 마시게 된 걸까, 사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딱히 납득할만한 이유를 떠올릴 수는 없지만, 어제 저녁에도 신선한 육회와 함께 술은 아주 자연스럽게 거기 놓여 있었다.
‘허전하니까.’ 언젠가 내가 술을 마시는 이유에 대해 물었을 때 친구는 그렇게 대답했다. 무슨 바보 같은 질문이냐며 당연하다는 듯이. 그런가, 하며 나는 살짝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나 아직도 그 의문은 사라지지 않았다.
뭐 어쨌든──, 일반적인 음료와 술의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취한다는 점일까. 술이라면 역시 그것밖에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엔 항상 취하게 될 것을 걱정한 나머지 적당히 조절하며 마시고 있다. 술 대신 물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취하기 위한 것을, 취하게 될 것을 걱정해 적게 마신다는 아이러니. 특히 몇몇 모임 같은 경우에는 누구 한 명도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없을뿐더러 취하지 않는 편이 더 재미있게 놀 수 있는데.
술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 그건 취하게 된다는 양날검 적인 면을 제외하고는 모두 역날검 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로, 일단 여전히 맛있지는 않다. 객관적으로 쓴 맛을 맛있다고 하지는 않으니까. 그야 이제 나이가 들었으니 쓴 맛 정도는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맛있다고 느낄만한 것은 아니다. 일례로 지금도 감기약은 한 입에 털어 넣고 맛이 느껴지기 전에 얼른 물로 입 안을 헹구어버린다. 맛없으니까. 물론 주변에 술을 진심으로 즐기는 사람이 없지는 않으니, 누군가에겐 상당히 맛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그리고 이건 가장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부분인데, 취기가 오르면 반응속도가 늦어지고 판단이 흐려진다. 뭐, 일반적으로 음주 운전으로 인한 사고들의 원인이 바로 이런 측면이겠지만, 이런 보편적인 이유 말고, 모여서 게임을 하는 경우가 많은 나 같은 사람들에게 이건 상당히 치명적인 것이다.
게다가 수면유도 효과까지 있어서 오래 놀 수도 없게 만든다. 건강에도 그리 좋지 않다.(뭐, 적당한 음주는 건강에 좋다고 하는 얘기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지만 아무튼) 덤으로 가격도 음료에 비해 훨씬 비싸다. 이렇게 보면 뭐하나 장점이 없는데도 모일 때마다, 어느 모임에서든 이젠 이 비효율을 담는 잔은 빠지는 법이 없다. 어째서인지 지금도 눈앞에 있는 잔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허전하니까.”
친구는 그렇게 딱 잘라 대답했다. 실제로 그런 것 같다. 여느 모임에서든 술을 빼놓고 생각하면 왠지 모르게 허전할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예전에는──, 그러니까 스무 살 이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허전함이, 지금 여기에는 분명히 있었다. 어릴 때와 같지 않다. 그건 더 이상 톡톡 쏘는 설탕물로는 채울 수 없다고,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물론 아직도 어떤 점이 허전한지는 깨닫지 못한 채로 남아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