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의 물은 석회성분이 많기 때문에, 식수를 반드시 사서 마셔야 한다. 요리에 들어가는 물 또한 전부 사 온 식수로 감당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물이 많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1.5L짜리 페트병이 6개 묶음으로 되어있는 팩을 사거나, (브랜드마다 가격은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1세트(=6병)에 2400원 정도 한다.) 한국의 정수기 통처럼 생긴 그러나 조금 더 작은 사이즈의 물병을 사거나 한다. 나는 직업상 한 달 중 보름이 넘게 도하에 있지 않을 때도 많아서,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만 신선하게(?!) 쓸 수 있는 1.5L짜리 페트병을 선호한다.
승무원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물을 조달하는데, 누군가는 숙소 밖으로 나갈 때마다 한두 병씩 사들고 오고, 누군가는 집 근처 슈퍼마켓에서 1-2팩씩 필요한 만큼 주문해서 사용한다.
한국은 무언가를 배달하면, 집 앞 그러니까 현관문 앞까지 바로 배달을 해주지만, 우리 회사 숙소에 사는 승무원들은 모든 배달원들을 숙소 건물 앞에서 만나야 한다. (보안상의 이유로 음식 및 물을 배달하는 사람들은 절대 건물 안으로 들어올 수 없다.)
고로 물을 배달하게 되면, 내가 직접 가지러 내려가야 하는데, 몇 달 전 이사한 숙소는 부지가 넓어서 배달원을 만나려면 좀 걸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내가 사는 빌딩이 앞쪽에 자리 잡고 있어서 다른 빌딩에 사는 사람들보다는 덜 걷지만, 아무튼 모든 이들의 공통적인 문제는 받은 물을 혼자서 다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나는 물 주문을 매우 귀찮아하는 편이라서, 한 번 살 때 3-4팩을 한꺼번에 시킨다.
이삿날, 낑낑거리며 물을 옮기면서 나는 생각했다. ‘이건... 좀 아닌데?’ (참고로 내가 사는 빌딩은 좀 크고, 나의 집은 엘리베이터에서 가장 먼 곳에 위치해있다...)
그러다가 며칠 뒤, 친구를 만나러 나가는 길에 보게 된 장면! 어느 크루가 주문한 물을 미니 카트에 싣고 오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 장면을 보자마자 유레카! 를 외쳤다. 저거다 저거!!
그동안 살았던 빌딩들은 빌딩이 크지 않아서 물을 옮기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그래서 크루 숙소 내에서 미니 카트를 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이사 온 빌딩은 그 카트가 정말 필요했다.
이사 온 후 2달을 벼르고 벼르다 결국 나는 전전 편에 언급되었던 ‘운수 좋았던 한국행 휴가’에서 카트를 구매해왔다.
가끔씩 장 볼 때마다 짐 옮길 걱정부터 하던 나는, 이제 편하게 장을 본다.
카타르도 대형마트에는 국내 마트들처럼 배달 시스템이 있어서, 물건을 사고 가능한 시간을 지정하면, 그 시간 즈음에 배달이 온다. 샐러드와 과일을 매우 좋아하는 나는 대형마트에서 야채와 과일을 주문하면서 물을 같이 주문하는 데 재미를 붙였다. (전에는 불가했던 일이다. 물만 옮겨도 벅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