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막의 연금술사 Mar 26. 2022

라디오가 좋아

나의 일상을 함께 하는 한국 라디오

언제부터였을까? 내 기억에 의하면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였던 것 같은데...

라디오를 즐겨 듣던 언니를 따라 듣던 라디오가 습관이 되어서,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나의 라디오는 107.7에 맞춰져 있었다.


숙제를 할 때도, 잠들기 직전까지도, MP3 플레이어 혹은 라디오로 107.7을 항상 틀어놓았던 기억이 있다. 대학생이 되고, 취업 후 카타르로 와서 생활 하면서 한동안 라디오를 까맣게 잊고 살았는데, 어느 날 문득 갑자기 라디오가 그리워졌다.


씻을 힘도 남아 있지 않을 만큼 힘들었던 비행의 끝에, 한국이 그리워서였을까... 아니면 텅 빈 집을 보며 외로운 마음에 누군가의 조잘거림이 그리웠던 걸까...


나는 그렇게 오래된 앨범을 뒤적거리듯이, 라디오 앱을 다운로드하여 듣기 시작했다.




새벽 1시쯤,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로 화장을 지우며 라디오를 틀었는데, 개그맨 김영철 님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상 힘찬 목소리로 하루의 뉴스와 사람들의 사연을 들려주며 한국의 아침을 여는 그의 목소리에, 사막 한구석에서 외롭고 힘들었던 마음이 조금은 충전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출근을 하며 듣는다는 사람들의 사연에, ‘아, 한국은 지금 아침이지. 다들 출근 중이겠구나...’ 새삼스레 다시 한번 한국과의 시차를 느끼며, 사람 냄새나는 사연들과 문자들에 힘을 얻어 겨우 씻고 그렇게 잠이 들었다.




그 후 나는 계속 라디오를 듣기 시작했다. 한동안 밤에 도착하는 비행들이 늘어나면서, 한국시간으로 새벽에 하는 라디오를 시작으로 점점 듣는 채널이 많아졌다.


그래도 주로 라디오를 제일 많이 듣게 되는 곳은 카타르인데, 카타르는 한국보다 6시간이 느린 까닭에, 나는 나만의 라디오 편성표를 얻게 되었다.


한국시간 새벽 5-7 / 카타르 시간 밤 11-새벽 1시 / 조정식의 펀펀 투데이

한국시간 아침 7-9 / 카타르 시간 새벽 1시-3시 / 김영철의 파워 FM

한국시간 오후 4-6 / 카타르 시간 오전 10시-12 / 붐붐파워

(내가 애정 하는 ‘배성재의 텐’ 수요일 코너는 다시 듣기를 이용한다.)




라디오를 계속 듣다 보니 카타르식 라디오 편성표에 따른 나만의 알람도 생겼다.

라디오에서 김창완 님의 목소리가 들린다면, 그건 내가 도하에 늦은 밤에 도착해서 새벽까지 뒤척이며 못 자고 있다는 뜻이고 (카타르 시간 기준 새벽 4시-6시), 박소현 님의 목소리 들린다면(카타르 시간 정오-오후 2시), 그건 내가 뭘 할지 정하지 못하고 멍 때리고 있다는 뜻이다.

(나는 아침 일찍 기상한 경우에는 붐붐파워 때 아침을 먹고 하루의 일과를 정하고, 밤 랜딩 후 새벽에 잠든 경우에는 붐붐파워와 함께 기상해서 움직이기 때문에, 정오부터는 라디오는 잘 듣지 않는다.)




라디오를 들으면 무언가 한국과 연결된 느낌을 받는다.


'오늘도 이렇게 각자의 하루가 가는구나.' '한국의 사람들은 이렇게 사는구나.' '다들 열심히 사는구나. 나도 열심히 살아야지.' 같은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늦은 밤 비행 후 집에 와서 한국 라디오를 들으며 하루를 마감하는 것은 이제 나에게 하나의 힐링이 되었고, 이제를 로스터를 받으면 한국 아침 라디오를 들을 수 있는 랜딩 날짜를 찾아볼 지경에 이르렀다.


내일 비행은 밤 랜딩이라서, 도하에 가면 라디오를 들을 수 있다. 오예!

만석 비행이지만 힘을 내서 가야지! 그리고 라디오를 들으면서 힐링해야겠다. :)


이제 라디오 덕분에 늦은 밤 랜딩이 외롭지 않다.



*이전 이야기* https://brunch.co.kr/@a7lchemist/15

*다음 이야기* https://brunch.co.kr/@a7lchemist/17


작가의 이전글 나는 어디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