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터를 받았을 때, 아주 가끔 일정에 DH라고 뜨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Deadheading을 의미한다. 데드 헤딩이란 승무원이 근무상의 이유로 기내에 탑승은 했지만, 손님처럼 가는 경우를 말한다.
데드 헤딩 크루는 기내에서 일하지 않으며 손님 대우를 받는다. 또한 탑승한 비행기의 비행시간이 회사 내에서 규정된 시간보다 길고, 프리미엄 클래스에 자리가 남는 경우, 비즈니스 자리를 얻는 행운을 누리기도 한다.
다만, 이것도 일종의 근무의 일환이기에 알코올의 섭취는 금지되며, 이 비행에 따른 비행수당은 없다. 그러니 간단히 말해, 일종의 출퇴근길의 한 종류라고 생각하면 쉽다.
데드 헤딩은 굉장히 여러 가지의 이유로 발생하기에 그 이유를 일일이 설명할 수는 없지만, 다만 한 가지, 데드 헤딩을 하는 이들 대부분의 공통점은, 현재 그 비행기에서 일하고 있는 크루들을 배려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다.
화장실 사용 후, 회사 내 규정대로 정리하고 나오기, 기내 서비스 물품 배치 돕기, 필요한 것이 있으면 바쁜 시간을 피해서 요청하기, 기내식 선택권 양보하기 등 소소하지만, 승무원에게는 굉장히 도움이 되는 것들 위주로 서로가 배려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가끔가다가, 아주 드물게 그렇지 않은 경우를 보기도 하지만, 뭐 엄밀히 따지면 그것도 그들의 권리이기에 컴플레인할 수는 없다.
나도 이번 달 로스터에서 아주 오랜만에 DH(데드 헤딩)를 발견했다. 나의 경우는 이미 다른 나라에 체류하고 있는 팀에 조인하러 가기 위해 데드 헤딩을 하게 되었다. 고로 나는 도하에서 가는 길은 데드 헤딩, 그리고 짧은 레이오버 시간을 가진 뒤 새로운 팀에 합류, 돌아오는 길만 일을 하게 될 것이다.
기내에서 입을 옷도 다시 점검해 봐야 하고(기내에서 있을 때는 유니폼이 아닌 스마트 캐주얼을 입어야 한다.) 읽고 싶었던 책도 한 권 챙기고, 나름 부지런을 떨어본다.
코로나 시국에 개인적인 여행을 많이 못 다녀서 그런가... (비행은 내게 여행보다는 일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