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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의 연금술사 May 07. 2022

승무원 면접에서 고배를 마신 이에게 보내는 편지

얼마 전 한국에서 우리 항공사의 채용이 열렸다. 소문에 의하면 약 3000여 명 가까이 지원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채용되는 숫자를 감안한다면, 높은 경쟁률이다. 이번 공채를 통해 누군가는 승무원이라는 꿈을 이루었을 테고, 누군가는 쓰라린 고배를 맛보았을 것이다.


나도 한때 승무원이라는 직업에 미쳐서 무려 10번 정도 지원을 했으니, 간절한 *승준생들의 마음은 누구보다 잘 안다.



면접날 당일, 떨리는 마음으로 *헤메를 받고, 하루 종일 초 긴장상태로 본인의 면접을 기다리다가, 끝나면 몸도 마음도 탈진 상태가 되고... 빼도 빼도 끝도 없이 나오는 머리카락 속 실핀과 사투를 벌이고, 지워도 지워도 잘 지워지지 않는 메이크업을 지우며... 언제까지 이 생활을 계속해야 하나... 싶을 것이다.


게다가 불합격 통보를 받고 나면, 세상 쓸모없는 인간이 된 기분이다.

내가 갈 길이 이 길이 아닌가... 나는 잘하는 게 뭔가... 앞으로 나는 무얼 해야 하나... 뭐 먹고살지... 별별 생각과 온갖 걱정이 파도처럼 덮쳐온다.


*승무원 첫해에는 다들 응원을 해주겠지만, 해를 더 할수록 사람들의 응원은 시들해져 갈 테고, 주변에서 슬슬 포기를 권유할 수도 있다. ‘이걸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해?’ ‘그거 병이야. 승무원 병.’...

별별 소리를 다 들어가며 이 길이 맞는 건가. 고민이 되고 자신이 싫어지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괜찮다.

그 또한 삶의 살아내는 과정이고, 꿈을 향해서 움직이고 있는 당신은 이미 그 모습 그대로 충분히 아름답다.




흔들리지 않는 나침반은 고장 난 것이라고 했다. 불합격과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잠시 흔들려도 괜찮다. 그 또한 본인의 삶의 방향을 찾아가고 있는 과정이니, 이미 당신은 충분히 잘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고 도전한다면, 진심으로 응원하고,

혹시 이 길이 아닌, 다른 길을 가겠다고 결정을 했더라도 나는 그것 또한 진심으로 응원한다.


그러나 승무원이 되기 위하여 노력했던 모든 것들이 삶의 한 부분에는 정말 도움이 된다는 것은 꼭 말해주고 싶다. 비단 외적인 것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말하는 법, 바른 자세로 앉고, 서고, 걷는 법, 상냥한 미소... 이 모든 것은 승무원 분야를 떠나 어느 회사에 지원을 하던 또 어느 곳에서 사회생활에서 하던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그러니 혹시 다음 채용 준비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시길.

나중에 다른 길을 가게 되더라도, 시간이 지나 삶의 어느 순간 ‘그때 더해볼걸. 조금만 더 노력해 볼걸.’이라는 후회가 남지 않게, 주어진 이 기회에 모든 것을 쏟아부으시기를...




우연히 이 글을 읽은 당신이 나의 동료가 되어 우리 같이 비행한다면, 비행 후 시원한 맥주 한 잔에 서로의 힘들었던 지난날에 대해 웃으며 얘기하는 그런 순간이 오기를.


진심으로 당신을 응원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그 누군가가 사막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부디 잊지 말기를.
그러니 주눅 들지 말고, 힘내서 다시 나아가 보기를.


우리 곧 봅시다.



P.S. 다시 한번 도전하는 M 양과 영원한 나의 룸메 S 양의 건투를 빌며!!! 꼭 카타르에서 봅시다.




* 승준생: 승무원 준비생을 줄여서 승준생, 혹은 예비 승무원의 준말로 예승이라고 부른다.

* 헤메: 헤어와 메이크업의 준말. 서류 합격 발표 혹은 오픈데이 날짜가 나오면 메이크업 샵에 헤어와 메이크업을 예약하기 위한 예약 전쟁이 일어난다. 물론 본인이 직접 해도 되지만 샵에서 받으면 화장의 퀄리티나 지속 시간이 확실히 다르다. 게다가 주변 지원자들이 거의 다 샵에서 헤어와 메이크업을 하고 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뒤처져 보일까 봐 걱정되는 마음에 예약을 하기도 한다. 샵마다 가격차이는 있지만 이것도 면접 때마다 받다 보면 돈이 꽤 나간다.

* 승무원 준비는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든다. 학원이나, 과외의 경우 특강이나 정규반에 따라 가격이 다르지만, 100-200선은 기본으로 든다. 게다가 면접 준비(면접복, 구두, 액세서리-항공사별 요구사항 상이함) 및 사진 (항공사별 사진 기준 및 규격이 상이함) 촬영 가격도 만만치 않다.  



*이전 이야기* https://brunch.co.kr/@a7lchemist/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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