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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다해 Feb 16. 2022

육아휴직 중에 남편에게 가장 듣기 싫은 말

오후 5시, 휴대폰이 울리면...

@pixabay


육아 휴직 초반에는 매일 아침 눈 뜨는 것이 참 즐거웠다. 이렇게 깃털처럼 가벼운 마음을 또 언제 가져봤던가? 학교 다닐 때는 학업의 무게, 수험생 때는 시험의 무게, 직장 다닐 때는 출근의 무게. 다 벗어 던지고 세상 자유로워진 느낌이었다. 비록 내 옆에 누워 있는 아기가 있을지라도. 이런 자유를 선물해준 아이에게 감사했다. 


하지만 사람 마음은 참 간사하다. 이 생활도 익숙해지니 감사는커녕 불평이 늘어간다. 육아, 집안일의 무게감이 점점 커진다. 출근 압박에 대한 자유로움은 기본이고 아무도 나를 깨우거나 찾지 않는 혼자만의 자유이고 싶다. 그런데 아침마다 아이는 나보다 먼저 일어나서 내 단잠을 깨운다. 아이의 성화에 못 이겨 눈을 뜬다. 겨우겨우 몸을 일으켜 이유식을 먹이고 나도 아침을 한 술 뜬다. 이제 또 하루의 시작이다. 


아이와 함께 하는 하루는 참 길다. 꼬꼬마와 책을 읽어도 10분, 노래를 한참 따라 불러도 10분, 뭘 해도 1시간을 보내기도 어렵다. 1시간이 이토록 길었던가? 아이와 단둘이 보내는 1시간은 고무줄처럼 주~욱 죽 늘어난 것 같다. 남편 퇴근 시간까지 늘어진 11시간을 아이와 독대해야한다. 청소도 해보고 빨래도 널어보고 겨우 점심시간이 되었다. 휴...그래도 이제 하루의 반은 지난 셈이다. 점심만 먹이고 나면 오후에는 아이가 낮잠도 좀 자고 하니 시간이 금방 간다. 


아이는 낮잠을 잔다. 애만 재우고 나면 체력이 쾌속 충전된다. 낮잠 재울 때만 해도 같이 곯아떨어질 것 같았는데 아이가 잠이 드는 순간 내 눈은 번쩍 뜨인다. 온전한 이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가. 부지런 떨며 시작한 영어공부 1일치를 마친다. 이제 휴대폰으로 보고 싶었던 카페 글, 블로그 글 등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휴대폰을 너무 오래 봤더니 눈이 아프고 피로가 몰려온다. 한숨 자고 싶다. 그런데 그 때!      


“으앙~~~~~”     


아이가 깼다! 나는 이제 눈 좀 붙이려는데...휴...

이제 다시 오후 업무 시작이다. 간식 먹이고 놀아주고 늘어진 고무줄 시간을 또 보낸다.      


‘5시까지만 버티면 돼.’     


@pixabay

드디어 5시다. 이제 저녁 준비를 하고 6시면 남편이 온다. 그 때 전화가 울린다.     


“나 오늘 회식이야.”     


나...오...늘...회...식...이...야...

나...오...늘...회...식...이...야...     


천청벽력 같은 한 마디! 내가 제일 싫어하는 한 마디가 휴대폰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오늘은 아이랑 같이 낮잠도 안자고 놀았단 말이다. 그래서 내 체력은 벌써 바닥이 났단 말이다. 그런데 회식...? 바닥난 체력은 마이너스로 뚫고 더 내려간다.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남자들은 회식 안하면 일 못 하나? 대체 일주일에 회식이 며칠이야?’      


‘나는 경력, 승진 다 포기하고 육아휴직 했는데? 아빠 직장은 회식까지 다 챙겨가며 다니는 필수고, 엄마 직장은 육아휴직도 해야 하는 선택인가?’      


‘뻑 하면 돌아오는 회식. 36개월 미만 아이를 키우는 집은 법으로 회식을 금지했으면 좋겠다. 엄마는 어디를 나가도 애 걱정 때문에 제대로 놀지도 못하는데 아빠들은 왜 꼭 인사불성 자정 투혼까지 회식을 해야 할까?’  


    

회식을 하는 날에는 부부싸움 자동코스를 밟았다.      


“이번에는 1차만 하고 재우기 전에 8시 반까지 꼭 올께!”     


이런 약속이라도 하는 날에는 더욱 마음이 끓어오른다. 시간 약속은 지켜진 적이 없다.     

저녁밥, 아이 목욕, 설거지……. 저녁시간에는 졸음이 찾아오는 순간 아이의 컨디션은 더욱 예민해지고 순식간에 나빠진다. 육아 난이도는 더더욱 올라간다. 끓어오르는 내 마음까지 가세를 하니 참으로 어렵다. 아이가 잠들고 자정이 다되어서야 돌아온 남편을 보면 고운 말이 나오지 않는다.   

  

“내가 아니라 베이비시터한테 애를 맡겼으면 이렇게 늦게 올 수 있어? 육아는 당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네.”     

아이가 있는 엄마라면 과연 회식에 갈 수 있을까? 이렇게 육아독립군인 상황에? 아빠니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남편 회사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인지도 모르겠다. 맞벌이 상황에서는 나누어했던 집안일도 어느새 슬그머니 내 차지가 되어간다.   

   



‘육아 휴직 기간 동안만이라도 내조 하겠어!’ 라고 생각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남편이 회사에 몰두할 수 있도록 야근, 회식 등을 모두 이해해주고 남편의 커리어를 밀어줄 수도 있다. 그것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것이 힘들다면 남편과의 육아, 집안일을 반드시 균형 있게 조정해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육아 휴직으로 인해 부부 관계가 더 나빠질 수도 있다. 


아이와 독대하는 그 외로움, 긴 시간의 여백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른다. 집에서 편안히 휴직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당사자는 육아와 집안일을 나 혼자 힘들게 도맡아서 한다는 억울함을 가지게 된다. 공동 책임인 육아를 나 몰라라 하면 마음에 두고두고 남는 경우가 많다. 아이를 키우는 동안은 체력적, 감정적 극한의 어려움에 처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어렵게 결정하고 기회비용을 많이 지불하고 선택한 육아 휴직인 만큼 서로 대화, 관심, 적절한 역할 분담으로 가정을 더 화목하게 이끌 필요가 있다. 지나고 보면 오히려 육아휴직 때가 서로에게 가장 여유로웠던 시기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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