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그대의 모습에서 나를 보다

by 미녜

-지금 당고개, 당고개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문득 떠오르는 기억.

그때의 지하철은 종이 승차권이었다.

넣으면 슉- 하고 반대편 입구에서 나왔었고, 난 그저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엄마 신기해!! 종이가 다시 나와!"

"신기하지? 호호 엄마도 처음에는 그랬답니다"

"다음에는 내가 넣을래!"


어렸을 때라 잘 생각은 안 나지만, 어머니와 서울에 갔던 기억이 있다.

아마 할머니를 뵈러 갔었나.

자칫 떨어질까 봐, 작은 손으로 어머니를 붙잡으며 시내 한복판을 총총 걸어갔었다.

어머니의 발걸음도 나와 비슷했다.

무언가를 기대하는 모습.


지하철을 넘어 커다란 하얀 건물로 들어갔는데, 내가 싫어하는 냄새로 가득해서 얼굴을 찡그렸다.

그런데 어머니의 낯빛도 좋지 않아 보였다. 어린 나는 그저 냄새 때문인 줄 알았고.


"어머님의 상태가 많이 좋지는 않습니다"

"선생님 그럼.."


건물 밖에는 마침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 때문일까, 따스했던 어머니의 얼굴에도 어느새 그늘이 지고.

쌀쌀해진 추위를 뒤로하며 다시 지하철로 돌아갔다.


서울의 지하철은 되게 넓었다.

지방과 비교가 되지 않는 모습, 다들 쉴 틈 없이 바쁘게 움직여서 마치 흑백 텔레비전같이 보였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우리 모습밖에 보이지 않았다.

막 상경한 모자의 모습만 색칠이 된 듯.


"엄마 엄마! 서울은 지하철이 대체 몇 개인 거야?"

"우리 집은 선이 하나인데 여기는 되게 많아!"


아무것도 몰랐던 천진난만한 내 물음에, 어머니는 비로소 웃으며 나지막하게 말씀하셨다.


".. 응 그렇지? 8개야 되게 많다"


고요한 정적.

어린이였던 나는 어른처럼 가만히 있었고.

어른이었던 어머니는 어린이처럼 큰 소리로 우셨다.

서울의 지하철은 내가 지냈던 곳과 달리 아주 시끄러워, 울음소리는 이내 군중들 사이로 사라졌다.

그날, 종이 승차권은 끝내 넣지 못했다.


-여기는 서울역, 서울역입니다. 승객 여러분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고...


서울에서 일하게 된 지도 이제 5년이 넘었다.

단편적인 기억이지만, 가끔 서울역에 올 때면 그때가 생각이 난다.

사실 그렇게 좋지도 않은 기억을 왜 종종 떠올리게 된 걸까.

잊지 못할 추억이 된 것은, 그날 어머니에게서 어른의 내 모습을 봤기 때문인 거 같다.


할머니의 그런 모습을 봤던 어머니.

이제는 곧 내가 어머니의 그 시선이 된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계속 나이가 들면서 어머니 곁에서 깨닫는 내가 있었다.

이곳, 서울역에서는 그날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아들~ 서울은 정말 복잡하네, 8호선까지 있지?"


오랜만에 만나는 어머니.

이제는 내가 길잡이가 되어야 하는 시간.


".. 9호선까지예요 엄마"


문득 떠오르는 기억.

그때의 지하철은 종이 승차권이었다.

넣으면 슉- 하고 반대편 입구에서 나왔었고, 난 그저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은 나에게서, 그대에게로. 그대에게서 다시 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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