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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아 Jun 17. 2023

나의 첫, 북페어 스토리

다짜고짜, 독립출판

 독립출판으로 책을 출간하고 나면, 책을 판매해야 한다. 온라인 서점 혹은 독립서점에 입고하거나 북페어에 나간다. 온라인으로 대형 서점에 유통할 수도 있고,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제공하는 스토어를 통해 판매할 수도 있다.


 예스 24, 알라딘, 교보문고와 같은 대형 서점에 책을 유통할 시 주문이 들어오면 일일이 택배를 붙이는 것보다 배송대행지를 이용하는 게 낫다고 한다. 배송대행지를 이용하면 소정의 비용이 든다. 그래서 비교적 수수료가 적은 네이버스토어와 카카오스토어를 이용하는 듯하다.


 나 역시, 독립출판 작가들이 대개 이용하는 네이버스토어에 책을 등록했다. 다음 주에 통신판매업 신고증이 발급되면 톡스토어라고 하는 카카오스토어에도 책을 등록할 예정이다. 온라인으로 상품을 판매할 때 통신판매업 신고증이 필요하다. 네이버는 통신판매업 신고증을 차후에 등록해도 되어서 책을 먼저 입점시킬 수 있다.     



 처음으로 책을 선보인 자리는 코엑스몰에서 3일간 열리는 리틀프레스 북페어였다. 북페어에 참가하려면 주체 측에서 요청하는 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참여사로 선정되어야지만 참여할 수 있는 걸 보면, 꽤 신청자가 많은 듯하다. 리틀프레스 북페어는 올해가 2회째여도 북페어 중에선 큰 규모의 행사에 속한다. 책 한 권으로는 선정되지 못할 확률이 높다. 독립출판 강의를 함께 들었던 수강생들과 신청한 덕분에 운 좋게도 참여할 수 있었다. 참여 사들을 둘러보니, 나처럼 독립출판물이 한 권인 작가들도 다른 작가들과 함께 신청했다.


 리틀프레스 북페어는 예상한 것보다 힘들었다. 처음 참여하는 북페어여서 이기도하지만, 오전 11시부터 저녁 9시까지 장시간 이어진 이유가 가장 크다. 리틀프레스를 포함한 북페어는 대부분 한 부스에 가로 1,200미터의 테이블 한 개와 의자 두 개가 주어진다. 1,000미터의 테이블 한 개와 의자 한 개가 주어지는 북페어도 드물게 있다. 2명 이상이 함께 팀으로 참가하게 되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게 좋다. 의자가 두 개이니 요일과 시간을 분배해 돌아가며 부스를 담당하면 체력을 그만큼 아낄 수 있다. 여럿이기에 가능한 장점이다.

북페어 준비. 책 상할까봐 캐리어에 넣었다 뺐다, 하며 난리 통.
팀원과 힘모아 책 셋팅. 요리조리 바꿔가면서 헤헷. 책갈피 고리 끼우는 것도 일이라는 걸 알게 되고...;;


 북페어에 참여하면서 여러 가지를 배우고 알게 되었다. 나는 힘이 더 들더라도 팀보다는 혼자를 선호한다는 것. 책 한 권을 더 판매하는 것보다, 함께 하는 작가와 호흡을 맞추는 게 의미 있다는 것. 책이나 굿즈를 사지 않는다고 해도 성심성의껏 응대하며 소통해야 한다는 것. 책 판매에 욕심을 부려 터무니없는 권수의 책을 준비하지 말아야겠다는 것. 부스를 꾸밀 소품들은 가볍고 부피가 작은 것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 판매할 것 외에 소소하게 즐길 수 있는 작은 이벤트를 준비하면 좋겠다는 것. 이왕 출판된 책은 어찌할 수 없지만, 다음번 책은 더욱 신중히 집필해야겠다는 것. 다른 부스도 두루 돌아보며 어떠한 책과 작가가 있는지 세심히 살펴야겠다는 것 등등.      


 작년엔 참여사가 아닌 독자로서 리틀프레스 북페어에 왔었다. 이 책 저책뿐 아니라 많은 굿즈도 들춰보며 만지작거렸던 게 기억난다. 그때는 알지 못했다. 한 권의 책과 하나의 굿즈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 노고를. 책에 샘플 또는 견본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편히 읽으시라는 말을 줄곧 들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창작물 그 이상이 담긴 누군가의 소중한 산물에 손을 한 번 가져다 대기 어려워 눈에 담고 또 담았다.


이 책 두 권을 이다경 편집장님과 명상완 실장님과 함께 지었다는 사실이 큰 기쁨이자 행복^^


 기획출판으로 첫 책을 출간하고 나서도, 나는 달라진 점이 있다. 아무리 와닿지 않는 책이라고 해도 함부로 평가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내 의견을 스스로 존중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마음으로도 평 하지 않는다. 타인의 영혼이 담긴 창작물을 평 하는 자체가, 그만큼밖에 안 되는 사람이라는 걸 이제야 비로소 알아가고 있다.


 손수 책을 출판해 보며 깨달았다. 기획출판을 하며 힘들다고 징징거렸던 게 어린아이의 투정과 같았다는 것을. 만약 독립출판과 기획출판 둘 중 어느 게 더 어렵고 힘이 드느냐는 질문이 온다면, 어떠한 답을 할 수 있을까. 누군가는 기획출판이 더 어렵다고, 누군가는 독립출판이 더 힘들다고 말할 듯하다. 저마다 어렵고 힘든 게 다를 것이기에.


 어느 작가는 기획출판을 하고 싶었는데 잘 되질 않아서 독립출판으로 넘어왔다고 말한 적이 있다. 또 다른 어느 작가는 독립출판은 엄두가 나질 않아서 출판사에 투고했다고 전했다. 둘 다 어렵고 힘든 건 매한가지이다. 다만, 어느 길이 더 수월히 열렸는지에 따라 체감하는 게 다를 것이다. 내 경우는 굳이 이야기하자면 독립출판이 더 고되었다.


상지사 인쇄소의 부사장님께 감리보는 법을 배운 날. 고대로 집에 쌓여 있는 책들.
멋있어서 찍어 보고요 :)


 독립출판은 출간 이후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쌓여 있는 책들을 보면 마음이 여간 무거운 게 아니다. 기획출판에서 작가의 역할은 책이 출간되면 끝난다고 여겼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내가 지은 책을 나 대신 출판사가 판매의 무거움을 짊어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그러니, 나는 기획출판과 독립출판 책을 가리지 않고 홍보할 책임이 있다.


 양질의 책을 썼다면 독자들이 알아봐 줄 텐데. 그래도 마케팅을 빼놓을 수는 없다. 좋은 책이어도 어디에 있는지는 알아야 눈에 띄는 것이니. 내가 할 수 있는 홍보는 앞으로도 북페어에 나가 책을 알리는 것. 게을러지지 않고 열심히 글을 지속 써내는 것뿐이다.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찾아봐야겠다.    


  

리틀프레스 북페어 첫 째날, 비가 엄청 와서 쫄딱 젖었다. 캐리어 지퍼와 바퀴 고장남ㅠㅠ 계단 내려가느라 고생고생.


 독립출판을 하며 이다경 편집장님과 명상완 실장님이 많이도 떠올랐다. 편집장님과 메일을 주고받으며 원고를 업그레이드해 나갔던 그날들이. 실수로 적은 문장이 더 좋다고 해 주셨던 실장님의 다정한 말씀을 듣던 날이 참 좋았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출간과 북페어에 마침표를 찍고 국 나에게 남은 건 오직 하나였다. 그건 함께 했던 사람들과의 이야기이다.


 북페어를 하는 동안 인내심에 바닥을 내보이고 불평불만을 한 어리석음과 미안함을 고백한다. 출판이라는 고된 과정에 동행해 주신 출판사 관계자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눌러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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