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사회인이 돼서 건조하고 단순한 하루가 이어지던 날이었다. 즐거움을 쫓아다녔다. 음주, 쇼핑, 클럽 등 대부분 돈이 들어가는 일에 즐거움을 느꼈던 듯하다. 즐거움에 익숙해졌는지 더한 즐거움을 원했고, 어느 날부터 쾌락이라는 감정이 들어야지만 행복했다. 그러다 예기치 않게 반복되는 불행을 겪으며 달라졌다. 행복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일지도 모른다고 믿은 것이다.
행복하게 살고 싶다, 하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시절도 있었다. 남들은 행복해 보이는데 나만 왜 이렇게 불행하지, 하면서 행복 찾기를 했다. 즐거움, 재미, 감동이 있을 땐 행복했지만, 행복이란 오래가지 않았다. 행복함도 찰나에 느끼는 하나의 감정이라서 휘발성이 강한지도 모른다고 여겼다. 그런데 슬픔, 우울, 분노와 같은 어두운 감정은 쉬이 사라지지 않는 게 이상했다. 가만히 지난날을 돌아보니 행복을 다른 감정과 연결 짓는 나를 발견했다.
행복이란, 답이 없는 거라 여기며 서른을 넘겼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일상의 작은 조각에서 행복함을 느껴졌다. 아이가 칭얼대지 않고 밤잠을 잘 자줄 때, 이유식을 남기지 않고 싹싹 다 먹어 줄 때, 설거지할 동안 혼자서 잘 놀아줄 때 등등. 대부분 나의 행복은 아이에게 맞춰져 있었다. 내 안에서 만들어낸 행복이 아니어서인지, 아이의 기분 변화에 따라 행복도 들쭉날쭉 이었다.
서른 후반이 된 지금은 누군가와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대화할 때,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 편히 먹을 수 있을 때, 아무런 방해 없이 글을 쓸 수 있을 때, 오늘 해야 할 일을 다 마치고 나서 맥주 한 캔을 마실 때, 가장 행복하다.
‘소. 확. 행’인 것이다. 나만의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 특히, 맥주 한 캔이 주는 행복은 힘을 낼 수 있게 한다. 저녁에 맥주 한 캔을 시원하게 들이켜고 싶어서 하루를 열심히 보내게 된다. 노동 뒤에 마시는 맥주는 정말이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맛있다. 행복은 크게 한 번에 밀려오는 감정이 아니었다. 잔잔하게 치는 물결처럼 작은 행복이 자주 이어지는 건, 오늘의 하루를 버티게 하는 힘이 되는 것이었다.
언젠가 방영된 프로그램인 <알쓸신잡>에서 한국이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들었다. 한국인이 타국인보다 경쟁심과 욕심이 많아서 급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다고 한다. 경쟁심과 욕심 많은 사람이 만들어낸 사회에서 행복감을 느끼기란 참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JYP 연예기획사의 대표이자 가수인 박진영은 꿈을 이루고 나서 허탈감에 빠졌다고 한다. 하나만 보고 달리다 성취했을 때 만족감이 들지만, 오래가지 않았다고 했다. 만족감이 사라진 자리를 채울 수 있는 무언가가 없어 허탈감이 들지 않았나 추측해본다. 꿈을 이루고 돈을 많이 벌면 행복할 것 같은데, 이 모든 걸 이뤄본 사람이 하는 말에 공통 적으로 행복은 없었다. 어쩌면 행복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불행해지지 않으려고 목표를 향하고 돈을 버는지도 모르겠다.
행복을 느끼는 데에는 저마다 다를 것이다. 언제 행복한지 자신을 잘 관찰하고 점선 잇기를 하듯 행복의 점을 촘촘히 찍어 보는 건 어떨까. 작은 점이 모여 큰 행복의 선을 만들 때까지 그렇게 행복을 이어나가다 보면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