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인가 이루고 싶다면

by 이수아

최근 유튜브로 유튜버 드로우앤드류님의 영상을 보게 되었다. 켈리 최님의 인터뷰 영상이었다. 그녀는 글로벌 기업 켈리델리 창업가 및 회장으로, 2020년 영국 언론 선데이 타임스가 선정한 400대 부자이다. 《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 《웰싱킹》의 저자이기도 하다.


켈리 최님은 영상에서 20대가 되면 독립해야 한다고 말하고, 5년간 죽을 만큼 일을 해보길 권한다. 그럼 20대에 자신이 올라갈 수 있는 최고의 위치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한다. 여기서 일은 자신이 원하는 걸 말하고, 최고의 위치는 도달하고 싶은 목표지점이나 성취하고 싶은 것이다.


5년간 죽을 만큼 원하는 일을 하려면 필요한 건 뚜렷한 목표 의식, 헌신, 몰입, 끈기, 체력과 정신력이다. 목표 의식과 끈기는 이어져 있다. 뚜렷한 목표를 세웠더라도 희미해지는 순간 끈기를 잃을 수 있기에 그러하다.



결혼 전, 나는 무언갈 끈기 있게 해 보았다고 말하기 어려울 듯하다. 열심히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대개 1년이 고비였다. 20대에 2년 이상 한 일은 직업이었던 유치원 교사직이었다. 이것도 짧은 경력에 비해 이직을 여러 번 했고 결혼이라는 이유로 간신히 3년을 채우고 그만두었다.


내가 끈기 있다고 여기는 친구나 지인은 한 가지 일을 적어도 10년은 해본 사람들이다. 끈기를 기간에만 기준을 두고 정의할 수는 없겠으나, 끈기를 말할 때 10년이라는 기준을 둔 이유는, 그간 그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아서이다.


대학 동기 중 한 명을 예시로 들어본다. 그녀의 시작은 누구나 그렇듯 가장 낮은 곳이었다. 1, 2년은 별다른 변화를 느끼지 못하다, 3년이 지나면서 전문성을 갖추기 시작했고, 5년 후엔 사회적으로 그 분야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오르며 전문가의 모습이 되어 있었다. 무기를 장착하듯 그 일을 더 잘하기 위해 하나둘씩 무언갈 배우기 시작했고, 10년이 되는 해에는 한 기관의 원장이 되어 있었다. 10년이 넘어가자 규모가 더 크고 복지와 처우가 더 좋은 기간의 원장으로 이직했다. 한 업종에 오래 종사한다고 해서 누구나 한 기관의 장이 되지는 않는다. 몸담고 있으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대학을 다닐 때 늘 입버릇처럼 한 말이 있었다. 그것은 “열심히 일해서 차근차근 올라가 꼭 유치원 원장이 될 거야.” 하는 말이었다. 그렇게 바라고 원하던 일을 왜 꾸준히 하지 못했는지 짚어보면 한 가지의 원인이 있다.

대운이 찾아와 운이 좋게도 첫 직장을 부속유치원으로 취업하고 경력 없이 바로 높은 위치에 오르게 되었다. 야간 대학을 다니며 부속유치원에서 부담임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내 인생에서 가장 최선을 다해 공부했던 결과가 가져다준 대운이었다. 유치원 내부의 큰 변화가 있었던 것도 대운에 영향을 주었다. 선배 교사는 없었다. 중요한 공문과 각종 서류를 담당하며 배우기보단 주도적으로 일을 해야 했기에 그만큼 책임감도 컸지만, 뜻대로 할 수 있어서 남부러울 게 없었다.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가며 평교사에서 주임 교사로, 주임 교사에서 부장 교사로, 부장 교사에서 부원장으로, 부원장에서 원장으로 올라가고 싶다는 목표가 희미해졌고 오만이 자리했다. 무언갈 배우고 싶은 욕망으로 미국협회 몬테소리 자격증을 취득하고 대형 유치원으로 이직했지만, 이미 자리 잡은 오만으로 낮은 위치에서 배우려는 태도를 갖추지 못했다. 켈리 최님이 어느 영상에서 말하길, 오만한 것은 이타적인 마음으로 일하지 못해서라고 했다. 그녀의 말처럼 나 역시 나를 위한 목표와 성취만을 바라보고 일했을 뿐 타인을 위하는 마음이 없었던 것이었다. 10년 이상 해온 건 유일한 육아인데, 육아는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저 부모로서 짊어진 책임감과 의무감으로 꾸역꾸역 버틴 세월이었다.




서른 중반에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았고, 3년째 조금씩이라도 매일 지속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건 바로 독서와 글쓰기이다. 2주 전 첫 책을 출간하면서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학창 시절부터 서른 초반까지 독서와 글쓰기에 거리가 멀었던 내가 얻은 나름의 성과라면 단독 책을 출간한 것이다.


책을 써야겠다고 마음먹기 전에도 어느 지점인 임계점에 다다랐을 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책을 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럴 수 있었던 건 3년간 밥 먹는 시간을 아끼고 잠을 줄여가며 독서와 글쓰기를 해와서라고 여긴다. 끈기보다는 ‘정성을 다하여 받치는 마음인’ 근성(芹誠)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듯하다.


2022년 8월 12일 책을 출간하던 날, 그간 해왔던 대로 나를 위해 꾸준히 글을 쓰고 나아가 타인을 위한 글을 쓰고, 더 나아가 사회에 공헌하는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렇듯 목표란 이루고 나면 다시 재설정되기도 한다. 최종 꿈은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꿈에 가 닿기 위해서는 큰 목표와 하위 목표를 세운 뒤,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지 정하고 실천해야 한다.




켈리 최님이 5년간 죽을 만큼 일해 봐야 한다는 말을 20대에게 한 것이니, 재설정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내가 서른 후반이라는 걸 고려해 죽을 만큼은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최대치의 힘을 발휘해야 한다. 독서와 글쓰기에 5년을 받쳐야 하지 않나 싶다.

켈리 최님의 말대로 5년 뒤에 내가 목표한 걸 이룰지도 모르지만, 독서와 글쓰기에는 지름길이 없어서 10년 즈음에서나 어쩌면 그 이상이 걸릴지도 모를 일이다. 쏟아부은 시간과 에너지에 대한 보상을 얻지 못해 실망하고 좌절하지 않으려면, 5년 뒤에 꿈을 이루리라는 기대감보다는, 지금보다 나아가 있는 모습을 가늠해 보는 게 이로울 것이다. 앞으로 내가 10년간 할 일은, 세워둔 목표 의식을 잃지 않고 체력과 정신력을 잘 보충해 독서와 글쓰기에 헌신하고 몰입하며 끈기 있게 나아가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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