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진술 형식 에세이

<4가지 형식의 에세이>

by 이수아

2. 진술 형식 에세이


진술은 일이나 상황에 대하여 자세하게 이야기하는 걸 말한다. 묘사보다는 에피소드와 글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자세히 쓴다. 소설 형식 에세이와 진술 형식 에세이의 차이를 분명히 하기 위해 대화체를 중심에 놓는다. 소설 형식을 에세이로 풀어낼 때 대화체를 문장 밖으로 빼고 진술 형식 에세이를 쓸 땐 대화체를 문장 안에 넣는 걸 기준으로 한다.


[예시]

- 소설 형식 에세이


“애들 내가 볼 테니까 북스테이 다녀와. 내가 예약했어.”


남편이 기뻐할 줄 알았는데 뜻밖의 말을 듣게 되었다. 혼자서는 가기 싫다는 것이었다. 잠시 망설이다가 어머니에게 전화로 조심스럽게 말씀드렸다.


- 진술 형식 에세이


1. “글 언제부터 쓰셨어요?”하고 그가 물었고, 나는 “3년이요.”하고 답했다. 그리고 돌아온 건 “와, 3년이요?”하는 감탄사가 섞인 말이었다.


2. 나는 “책 쓰는 과정 어떻게 되나요?” 하고 물었고, 그는 두 가지 방법을 말했다.





제목 : 엄마와 나 사이에서 균형 잡기


나는 무언갈 짓는 일을 한다. 가족의 밥과 평안을 짓고, 아이의 미래를 짓고, 글을 짓는다. 살림을 깔끔하게 하고 아이에게 음식을 잘해 먹이는 엄마로 동네에서도 소문이 날 정도였던 내가, 살림을 내려놓게 된 건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였다.


글을 쓰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아이의 미래를 짓는 육아와 요리를 꼭 해야 하는 일이어서 살림을 일정 부분 내려놓기로 했다. 하루에 6시간은 무조건 컴퓨터 앞에 앉아 있겠다고, 하루에 한 편은 꼭 에세이를 쓰겠다고, 글 쓰는 기계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글쓰기 모임에서 받은 무시에서 비롯된 오기이기도 했다. 글 쓸 시간을 만들 수 있다면 집안이 덜 청결해도 괜찮았다. 하루에 에세이를 5편 쓴 날은 기뻤고 6시간을 앉아 있어도 글을 완성하지 못한 날은 슬펐다. 3년간 무식하게 앞만 보고 달렸다.


열심히 달리다가 그만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그 돌부리는 충격을 안겨주었다. 에세이 연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대상자 중 내가 제외되었다. 출간 작가가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니까 독자에게 내 글이 가 닿으려면 글 쓰는 실력과 상관없이 책이 있어야 하는 것이었다.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단행본)이 없는 건 사실이다. 그게 이유라는데 할 말이 없었다. ‘보여줘. 네 존재를 증명해!’ 하는 마음의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는 책을 써야만 하는 시기가 왔다고 생각했다.




그전에 내 글을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싶었다. 글쓰기 수업을 받으며 거쳐온 작가님이 8분이지만 날 모르는 사람에게 평가받기를 원했다. 글을 누구에게 보여주어야 할지 고민하다가 글 쓰기 수업을 이끄는 다른 작가님을 찾기로 했다. 인터넷에 ‘글쓰기 수업’을 검색했다.


여러 글쓰기 수업이 있었고 연관 검색이 되었는지 ‘책 쓰기 수업’도 있었다. 그중 글을 피드백해주는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문구가 보였다. 누가 무료로 글을 피드백해주나 싶은 마음에 의심스러웠지만,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었다. 나는 적혀 있는 번호로 메시지를 보냈다. 연락이 올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는데 하루가 채 되지 않아 답장이 왔다. 메일로 글을 보내달라는 내용이었다. 여전히 믿음은 가지 않았지만 메일로 세 편의 글을 보냈다.


다음 날 우리는 줌으로 만났다. 그는 자신을 책 쓰기 학원 대표라고 소개했다. “글 언제부터 쓰셨어요?”하고 그가 물었고, 나는 “3년이요.”하고 답했다. 그리고 돌아온 건 “와, 3년이요?”하는 감탄사가 섞인 말이었다. 한 마디 피드백도 없이 그는 뜻밖의 제안을 했다. 원고 작업을 맡기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는 책 쓰기 학원 상호명과 수업방식을 물었고, 그는 사업자 등록증을 보여주었다. 학원 홈페이지와 현재 수강생이 쓴 책도 알려주었다. 사기꾼은 아닌 듯했다. 육아와 살림을 하며 할 수 있는 재택근무 조건이 마음에 들었다. 급여도 꽤 괜찮았다.




책 쓰는 학원을 운영하고 있으니 그는 당연히 출간 과정을 알고 있을 것이었다. 나는 “책 쓰는 과정 어떻게 되나요?” 하고 물었고, 그는 두 가지 방법을 말했다. 첫 번째는 써 놓은 글을 하나의 주제로 묶어서 책으로 엮는 것이고, 두 번째는 주제를 정하고 챕터를 나눠 정해진 목차대로 글을 쓰면 책이 된다고 했다.


3년간 에세이만 천 편을 넘게 썼으니 당장에라도 출간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나는 3일 동안 습작해 놓은 글을 분류했다. 세 권의 책 분량이었다. 그중 한 개를 에세이집을 열 권 출간한 작가님에게 보여드렸다. 작가님의 첫마디는 “그동안 책 안 쓰고 뭐 했어요?” 하는 말이었다. 더 손볼 건 없고 목차를 매력적으로 만들어서 출판사에 투고하면 된다고 덧붙여 주셨다.


그런데 어쩐지 습작한 글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 이름을 걸고 출판될 책이어서 새롭게 쓰고 싶었다. 내가 쓸 수 있는 주제를 정하고 글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2달 보름간 100편이 조금 넘는 달하는 글을 썼는데 실패작이었다. 책 쓰기는 글쓰기와 비슷하면서도 결이 달랐다. 책을 한 번도 써 본 경험이 없으니 어쩌면 실패하는 게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책 한 권 분량을 써 보자고 마음먹고 노트에 어떠한 글을 쓸지 적어 내려갔다. 적은 걸 바탕으로 약 2주 동안 38편의 글을 썼다. 이번엔 무언가 될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작은 희망을 본 그날 일이 터져버렸다. 둘째가 하교하고 나서부터 아무 말도 없더니 문을 닫고 들어가 방에서 한참을 나오지 않았다. 왜 그러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둘째가 스스로 나오기 전까지 기다리는 것이었다. 3시간이 지난 뒤에야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둘째의 눈이 그렁그렁했다. 나를 보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종이에 글을 써서 가져왔다.


화가 나면 포켓몬 카드를 사세요.

짜중 날 때도

삐질 때도

말을 안 들어줄 때도

말을 걸언는 대 안미 더 죠도

거짓말해도

게임을 하지 말라고 해도

드래건 타입


며칠 전 둘째가 형처럼 포켓몬 카트를 갖고 싶다고 한 말이 떠올랐다. 요즘 부쩍 둘째의 짜증도 늘어 있었다. 책 쓰기에 집중하느라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고 마음을 헤아려 주지 못한 탓이었다. 아이의 정서와 책 쓰기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지도 몰랐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도 포기할 수 없었다. 이럴 땐 계획을 다시 재설정해야 한다. 부족한 10편의 글을 오늘 안에 끝내기로 마음을 굳혔다. 1박 2일에 걸쳐 책이 될 초고를 마무리 지었다. 총 48편의 글이었다. 아는 작가님의 조언대로 내 나이에 맞게 38편으로 추려 미리 리스트를 작성해 놓은 출판사에 돌렸다. 관심을 보이는 출판사 몇 곳에서 연락이 왔다.


아이의 미래를 짓고 나의 세계를 여는 일이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상황에 맞게 계획을 재설정했기에 균형을 잡을 수 있었다. 아이의 정서가 불안정하다는 걸 알면서도 책 쓰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건 아이가 소중한 만큼 나 자신도 소중해서이다. 엄마의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나를 잃어버리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책은 3달간의 수정을 거치고 2022년 8월 12일에 출간되었다. 그렇게 가슴에 ‘출간 작가’라는 이름표를 달게 되었다. 앞으로 아이의 미래를 짓는 일에 나의 세계를 여는 일이 더해질 것이다. 엄마와 엄마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 존재하기 위해 더욱 균형을 잘 잡아야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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