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은 글쓰기 선생님은, 자기 자신이다

by 이수아

삼 년간 여러 글쓰기 수업을 떠돈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내가 어느 장르를 쓸 때 가장 즐거운지 알고 싶어서, 두 번째는 다음번 수업이 기다려지지 않거나 공포로 다가와서 수업을 옮겨 다녔다. 가장 오래 들었던 수업은 에세이창작이었다.


8개월을 수강했는데, 3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내 글을 쓰는 게 아닌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6개월이 되어서야 확실히 알게 되었다. 글쓴이는 저마다 다른데 수강생들의 글은 이야기만 다를 뿐 하나의 틀로 정갈해져 있다는 것을. 편향된 조언으로 틀에 갇힌 글쓰기를 하고 있던 것이었다. 그 뒤로 틀에서 벗어나보고자 수업에서 의견을 서슴없이 말하기 시작했다. 작가님께서는 한숨을 쉬시기도 했고, 화를 내시기도 했고, 포기한 듯 마음대로 쓰라고 하기도 했다가, 다음부터 수업에 나오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글쓰기 수업뿐 아니라 어느 것이든 비용을 지불하고 무언갈 배우는 관계에는 목적이 있다. 목적이 있는 관계의 막을 내릴 때 마무리를 잘하지 못하면 언짢은 말이 오가거나 마음이 다치는 일이 어렵지 않게 발생한다. 목적이 있어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이라 섭섭함이 따르기도 한다. 더는 수업을 나가지 않게 되면 글을 지도해 준 작가님과 잠시 연락이 이어지다가 자연스레 멀어진다. 내가 계속해서 찾아가고 연락을 드리지 않는 한 인연의 끈이 느껴지지 않는 순간이 오게 된다.


이젠 수강생도 아니고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아서,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조용히 SNS를 끊어내는 작가님도 더러 계셨다. 내가 이런 상황에 처할 만큼 선생님 대접을 해 드리지 못한 것인지, 떠올리다가 누구의 탓으로 화살을 쏘아댈까 두려워 그만 마음을 거두었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의도 한 건 아닌데 자꾸만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된다. 목적이 있는 관계라고 되뇌며 세뇌한다. 그럼에도 정착하고 싶은 수업이 있다.



현재 나에게 글을 지도해 주시는 K선생님의 수업이다. 엄하게 배울 땐, 내가 왜 돈을 내고 이런 소릴 들어야 하는지 모를 정도로 도가 지나친 말을 들어 본 것도 여러 번이었다. 바닥에 흩어진 내 원고를 눈물 콧물 짜가면서 주어도 보았다. 별별 일을 겪으며 상처를 받은 나에게 K 선생님의 글에 대한 조언은 무척이나 따뜻했다. 좋은 피드백만 받은 게 아니었는데도. K 선생님은 좋지 않은 말도 좋게 들리게 하는 능력을 갖고 계시는 듯하다.


게다가 여태까지 들어 본 적 없는 강의와 글에 부족한 부분을 잘 짚어 주시는 안목이 탁월하셔서, 글쓰기 실력이 1기 수업 이후 많이 발전했다. K 선생님을 만나게 된 타이밍도 적절했다. 만약, 내가 글쓰기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서 K 선생님께 수업을 들었더라면 이만큼 발전하지는 못했을 것 같다. K 선생님께서는 글 쓴 지 얼마 안 된 수강생에게는 자신감을 심어 주시려고 칭찬을 주로 해주시는 듯한데, 나 같은 성향을 지닌 초보생은 어쩌면 글쓰기의 발전이 없거나 퇴행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K 선생님 수업에 나가기 전, 나는 어느 글쓰기 수업이든 크게 다르지 않다고 여겼었다. 아무리 훌륭한 지도자에게 고퀄리티 지도를 받는다고 해도 스스로 많이 써보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걸 알고 있어서였다.

여덟 분의 작가님을 거치며 삼 년간 글쓰기 수업을 들어오면서 알게 된 건, 현재의 글쓰기 실력에 맞는 지도자를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단기간에 성장하는 자신을 볼 수 있다. 누구나가 좋다고 하는 글쓰기 수업을 듣기보다는, 가르치는 분의 글을 많이 읽어보고 커리큘럼도 꼼꼼히 살펴본 뒤에 스스로 결정하는 걸 추천한다. 결정한 대로 일단 들어 보고 예상과 다르다면 다른 수업을 찾아보면 된다.




지금은 함께 쓰는 힘이 도움이 되어서 계속 글쓰기 수업에 참여하고 있지만, 가장 좋은 글쓰기 선생님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다. 책에 담긴 여러 작가의 문장과 글쓰기 구조를 파악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다작하는 경험이 중요하다. 이 경험 속에서 글을 어떻게 써야 할지 물음표가 계속해서 떠오를 것이다.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면서 글쓰기를 터득해 나가면 된다. 이 과정은 글쓰기 실력을 쌓아가는 길이 도어줄 것이다. 꾸준히 많이 써본 사람이 글을 잘 쓰게 되고 결국 작가의 명찰을 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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