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화가 그리울 땐, 망상으로 가라
최원돈
해당화가 그리울 때가 있다.
가슴속 붉은 꽃잎 하나가 문득 피어나는 날이면, 마음은 저절로 바다를 향한다.
그럴 땐 망상으로 가라.
동해안, 파란 하늘과 맞닿은 바다. 끝없이 펼쳐진 모래사장, 해풍에 흔들리는 소나무 숲. 그 사이로 붉은 해당화가 수줍게 피어 있다.
바닷가에 핀 꽃은 애틋하다. 바람에 시달리고, 염기에 젖으면서도 꿋꿋이 피어나기에. 망상의 해당화는 유난히도 붉다. 그 빛깔은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 같기도 하고, 오래도록 잊지 못하는 사람의 눈동자 같기도 하다.
그 꽃 앞에 서면 정철의 시심(詩心)이 떠오른다.
“수석 풍경을 길홈다 하고, 강호 흥회를 너기노라.”*
관동팔경을 유람하며 자연과 벗한 그의 발길이 ‘망상(望湘)’에 머문 것은 우연이 아니었으리라.
망상은 ‘멀리 두고 온 임을 그리워하며 남쪽 하늘을 바라본다’는 뜻이다. 망상정에 올라 동해를 바라보며, 그는 정묘 한 시심으로 읊었다.
“석양을 바라보며 정회가 깊어가니, 사슴이 우는 소리에 눈물이 젖는다.”*
정철은 강원도 관찰사 시절 삼척에서 소복이라는 관기와 정을 나누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훗날 정철이 그 여인을 그리며 썼다는 시란다.
그래서 그 역시 해당화 앞에 섰던 것일까.
멀리 떠난 님을 그리워하며, 붉은 꽃잎 한 자락에 마음을 얹어 쓴 시일까. 해당화 꽃잎은 모두지고 붉은 열매만 애처롭다.
나는 그 자리에 선다.
바닷바람 부는 망상해변, 소나무 그늘 아래 앉아 파도소리를 듣는다. 붉은 해당화는 아무 말 없이 피고 지고, 바다는 쉼 없이 밀려온다.
그리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세월은 흘러도, 어떤 풍경은 기억을 되살린다. 해당화의 애달픈 이야기처럼.
그래서 나는 말한다.
해당화가 그리울 땐, 망상으로 가라고.
그곳엔 바다가 있고, 정철이 노래한 시심이 있고,
지금도 붉은 해당화가 바람 속에 피고 있다.(2025.07.03)
*“수석 풍경을 길홈다 하고, 강호 흥회를 너기노라”
"돌과 물이 어우러진 풍경을 기이하다고 여기고, 강호의 흥취를 벗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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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을 바라보며 정회가 깊어가니 / 사슴이 우는 소리에 눈물이 젖는다”
“석양을 바라보며 정회(情懷)가 깊어지니, / 사슴이 우는 듯한 소리에 눈물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