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야(除夜)

by 최원돈



귀한 선물, 깊이 감사드립니다. 저희 집에는 작고하셨거나 현존하는 이름난 화가들의 그림 몇 점이 오랫동안 소장되어 있습니다. 송산의 그림 또한 그 작품들과 같은 반열에 두고 영구히 보존하겠습니다. 대를 이어 간직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 귀한 그림을 제게 선뜻 내어주신 것은 저를 마음에 두고 계시다는 징표로 받아들입니다. 분에 넘치는 우정과 사랑에 그저 감읍할 뿐입니다. 이 인연을 오래도록 소중히 품겠습니다.


춘파 선생님

보잘것없는 그림을 과찬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자작나무 숲처럼 우리의 우정이 오래오래 유지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을사년 한해 잘 마무리하시고 병오년 새해에는 더 큰 꿈 이루시기 바랍니다.

송산 배상


돌아보면 전생의 깊은 인연이 아니고서야 어찌 작문이라는 매개로 우리가 만날 수 있었겠습니까. 더구나 긴 세월은 아니지만 글을 통해 깊고도 많은 교감을 나눌 수 있었겠습니까.


이맘때가 되면 세모(歲暮)의 풍경과 더불어 고적(高適)의 시 「제야(除夜)」의 한 구절이 유난히 가슴을 울립니다.


“고향 금야 사 천리(故鄕今夜思千里),

상빈 명조 우 일 년(霜鬢明朝又一年)”


이 밤, 천 리 밖 고향을 향한 그리움이 오가고

내일 아침이면 서리 내린 귀밑머리에 또 한 해의 나이가 더해지겠지요.


기쁨보다는 흘러가는 세월의 무상함이 먼저 마음에 스미는 세모의 밤이지만, 한편으로는 늙음을 함께 하는 지음(知音)이 곁에 있기에 그 쓸쓸함조차 격조 있는 사색으로 다가옵니다.


다가오는 새해에도 송산 댁에 늘 건강과 평안의 복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학창 시절처럼 정갈하고 고상한 사유를 나누며, 격조 높은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춘파선생님,

을사년 마지막 날

高適의 除夜시가

가슴 깊이 울려 퍼집니다.


고운 최치원 선생은 <추야우중>

만리밖 비 내리는 가을밤 등잔아래서

世路少知吟을 노래했지요.


지난밤 <제야>의 지음을 들으니

행복합니다.

그래서 수필은 사유의 문학이라 했나 봅니다.


馬道成功新歲樂

家和福聚萬堂春

새해에는 마도성공 이루시고

집안가득 가화복취 하소서

(2025.12.31 최원돈)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마침표가 아닌 쉼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