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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원돈 Nov 20. 2024

크레센토


 크레센도

최원돈



오늘 나를 감동하게 한 것은 한 편의 영화이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현란한 손놀림으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했다.

지휘자 마린 알솝은 오케스트라와 함께 관중을 압도했다.


임윤찬은 피아노 건반을 현란한 손놀림으로 연주하며, 때로는 고개를 숙이거나 꼿꼿한 자세로 건반을 넘나들며 몸을 흔들기도 하며 음률이 고조되어 크리센도 될 때는 고개를 치켜세우며 신들린 사람처럼 연주했다. 어떻게 계산된 연기하는 모습이 아니라 음악에 심취하여 자신도 모르게 이루어지는 행동이었다.

연주가 끝나자, 관중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모두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영화 <크레센도>는 2023년 미국의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임윤찬의 도전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그는 결승 마지막 무대에서 지휘자와 오케스트라가 혼연일체가 되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협연했다. 지휘자 마린 알솝은 이 연주를 마치고 임윤찬과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임윤찬은 연주가 끝나고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 곡을 하늘에 있는 예술가들을 위해 연주합니다.“

”외로운 순간에 음악의 꽃이 핀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습니다.“

그는 자신의 음악을 보여주기 위해 온몸으로 연주했다. 그리고 그는 대망의 우승을 했다.


‘크리센도’는 점점 세게 커지며 고조되어 음악의 클라이맥스를 이룬다.

나는 이 말을 서예를 통하여 수도 없이 들었다. 글씨를 쓸 때도 붓을 가늘게 입필하여, 점점 굵고 힘차게 뻗어가며 ‘크리센도’ 되어야 살아있는 글씨가 된다.

이 다큐멘터리 영화의 이름을 ‘크레센도’라고 한 것은 오늘 임윤찬이 보여준 연주를 한마디로 표현한 말인듯하다.


영화가 끝나고 포스터 두 장을 받아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며 아내가 말했다.

 "이 포스터 한 장은 우리 시영이 줘야겠어요."

 "시영이도 저렇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요. 우리 시영이도 음악만 나오면 어깨를 들썩이며 ‘크레센도’ 하지….“

시영이는 네 살 난 여섯 번째 손주이다. 매일 새벽 일찍 혼자 일어나 장난감 음악 카드를 하나씩 번갈아 가며 카드기에 꽂으며 음악이 나올 때마다 온몸을 들썩이며 어깨춤을 춘다.


오늘 아내를 감동하게 한 것은 영화 <크레센도>였다. (2024. 11.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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