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다음 세상에서 부부는 다시 만나요
-국민배우 안성기를 추모하며
최원돈
" 남편이 쓰러지던 날도 여느 날처럼 평온한 하루였다."
편하게 앉아 TV는 보고 있던 안성기에게 "이거 드세요" 하고 간식을 건넨 말이 마지막이됐다. 입관식 때 남편의 차가운 볼을 어루만지며 "그동안 정말 정말 더없이 사랑했어요. 좋은 남편이 돼줘서 너무 고마워요. 우리 두 아들 한데 좋은 아빠라 돼줘서 고마워요"
부인 오소영은 1982년 대학 4학년 때 안성기를 만나 1985년 결혼했다. 안성기가 아역 배우를 그만두고 서른이 넘어 배우를 다시 시작하자 그의 든든한 반려자이자 매니저이자 코디네이터였다. 남편이 소속사가 없던 시절 그의 의상 준비를 돕고 운전사로 뛰었다.
"만약 남편이 밖에서만 좋은 배우였다면 저부터가 가식적인 모습에 질렸을 것"이라며 "집에서도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서는 끝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40년간 변함없이 사랑할 수 있었다."
안성기가 혈액암으로 투병하다 세상을 뜨자 많은 사람들은 그를 추모했다.
가수 조용필은 투어 중에 소식을 듣고 달려와 "하고 싶은 게 아직 많을 텐데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고인과 중학교 같은 반이었던 그는 슬픔에 잠긴 목소리로 참 좋은 친구였다며 '잘 가라고 편하게 지내라고 얘기하고 싶다'라고 했다
배우 박중훈은 '나의 최고 파트너' 라던 고인의 말을 아직도 있지 못했다. 돌아가신 아버지(6•25참전유공자)도 "안성기 뒤만 따라가면 된다"라고 했다며 "우리 중훈이를 잘 부탁한다 "던 모습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힌다.
생전 조용필의 절친 이었던 안성기. 그는 한 인터뷰에서 "용필이 노래 '친구여'를 들으면 우리 세대의 정서와 시간이 고스란히 느껴져 뭉클하다"라고 했다. 중학교 동기동창으로 60년간 깊은 우정을 나눈 두 사람은 1997년 KBS '빅쇼'에서 이 노래를 듀엣으로 불렀다.
"친구여/ 모습은 어딜 갔나/그리운 친구여"
나는 안성기를 만나 적은 없다, 먼발치에서 언뜻 본 적은 있다. 아마 압구정 cgv 독립영화제 행사에서 지나치다 본 것 같다.
나는 그의 성실한 인품과 항상 웃는 얼굴을 좋아했다. 그가 혈액암으로 투병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쾌유를 기원했다.
나는 아내와 함께 영화를 보러 압구정 cgv에 자주 간다. 이곳 안성기관에서 영화를 볼 때마다 그를 떠올린다.
연애시절 안성기가 오소영에게 보낸 편지가 공개되었다. 눈물에 젖은 손편지이다. 부인이 흘린 눈물자욱일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한 번은 죽게 된다.
그러나 먼 길 떠날 때 진정으로 아쉬워하고 눈물로 배웅하는 사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아내로부터 듣고 싶은 말이 있다.
"우리 다음 세상에서 부부로 다시 만나요."
(2026.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