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광개토태왕비

by 최원돈

디지털 광개토태왕비

-금요일에는 나 혼자 박물관에 간다(1)

최원돈


국립중앙 박물관 1층 중앙홀을 들어서는 순간 멈춰 섰다. 은은한 국악 음률이 울려 퍼진다. 우뚝 솟은 전광판 위에 한 줄 글씨가 기다랗게 새겨져 있다


'국강상광개토경평안호태왕릉비'

(國崗上廣開土境平安好太王陵碑)


돌비석 너머 섬광이 비치며 비석이 춤을 춘다

탁본 화선지가 휘날리며 날아 돌비석에 붙는다.


순간 숨을 멈추고 한참을 비석을 마주하니 하얀 글 비(雨)가 쏟아진다. 순식간에 정광판에 가득 채워진다.

'아~ 광개토태왕 비문이 이렇게도 정교하게 새겨져 있다니'

가슴이 띈다. 숨이 멈출 듯하다.

바로 저것이다. 오늘 내가 여기온 이유가 저 글씨를 보기 위해 온 것이다.'


'저 글씨를 써야 한다.'


끊임없이 사람들이 전광판 앞을 드나든다. 중국인 가이드가 무어라고 소리 지른다.

'저들은 저들 땅에 있는 비석은 꽁꽁 묶어 두고 왜 이곳까지 와서 떠들어 대고 있는가'


"옛날 시조 추모왕이 나라의 기틀을 여시니"

"천제의 아드님이시고 어머니는 하백의 따님이시다"

17 세손 국강상광개토경평안호태왕이라 하셨다"

"18 세에 왕위에 올라 칭호를 영락태왕이라 하셨다."

" 은택은 하늘에 미치고 위엄은 사해에 떨쳐"

" 나라는 부강하며 백성은 여유롭고 오곡은 풍성하게 여물었다 "

" 하늘도 무심하게 39세로 돌아가시니 "

"갑인연 9월 29일 을유에 산릉에 모셨다"

"이에 비를 세우고 공적을 새겨 후세에 전하노라 "


참으로 자랑스럽다. 이렇게 디지털 광개토태왕비를 세우다니 놀랍다.

나는 한참 동안을 자리에 선채로 이 비석을 보고 또 보았다. 우람한 비석 앞에 서 있는 탕건을 쓴 바지저고리를 입고 있는 저 사람은 누구일까.

나는 오늘 광개토태왕 디지털 비석을 보면서 다짐한다.


"금요일에는 나 혼자 박물관에 간다."


디지털 광개토태왕비는 2024년 1월 국립​중앙박관 1층 중앙홀 한가운데 세워졌다. 1880 년대 비석이 훼손되기 전 탁본한 '원석탁본'을 재편집한 것이다. 청명 김창순 선생이 소장했던 탁본이다 '청명본'이라 부른다.


디지털 광개토태왕비에 새긴 1,775 개의 글씨는 19세기 원석탁본인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청명본과 서울대학교 규장각본, 일본국립 역사박물관의 미츠타니 본을 분석하고 결합해 복원했다.


광개토태왕비는 414년(장수왕2년)에 건립되었다. 이 비는 현재 중국 길림성 집안에 있으며 사진촬영 등 엄격하게 통제하고있다.

(2026. 0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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