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를 벗어나도 아무것도 아닌 사람
울음이 많은 나는 토목직 시공사에 있으며
절대 사람 앞에서 울지 않는다.
뒤에서는 수도 없이 울었지
침대에 적신 내 눈물로 샤워도 가능할듯하다
과장일까? 발정도는 씻을 수 있다
앞에서 우는 순간
‘아, 여자는 이래서 안 된다. 군대를 안 가서 그런가’
라는 말을 들을 것 같아서다.
내가 울어버리면 내 다음 지원자가 여자일 때는
‘야 , 여자는 안돼 저번에 걔처럼 울어버리면 어떻게 해 ‘
란 말이 나올까 봐 울지 않았다
‘야, 여자는 힘쓰는 거 못하니 안돼’
란 말이 나올까 더 무리해서 몸을 움직였다
‘야, 여자는 현장 가지도 못하잖아’
란 말이 나올까 현장에 지원 나가는 게 내심 기뻤다
날 여자라 생각해주지 않음이 서운하지만 행복했다
그런 내가 온전히 무너진 날이 있다
나의 무지함에 눈물 흘렸던 일기를 적어본다.
2024년 12월 10일 화요일
오늘 글로 남겨두지 않으면 후회스러울지도 모른다.
2024년 참았던 눈물 자제하지 못하고
엉엉 울어버린 날
터져버릴 것 같았던 눈알을
손으로 막아 화장실로 향했다
다행스럽게 아무도 내가 우는지 몰랐다
야외 시험실을 청소하면서 눈물이 날려할 때
바로 화장실로 달려갔다
마치 다른 게 급한 사람처럼
처음에는 나의 멍청함이 미워서
나중엔 멈추지 않는 눈물이 미워서
지금 울어버린 내가 나약해서
울었다
노가다를 그만두어도 할 게 없고,
다른 분야를 가도 이렇게 울까 봐
나약한 나 자신을 또 마주하게 될까 봐
그래서 울어버렸다.
화장실에서 울다
다들 점심을 먹으러 갈 때쯤 나왔다
이 기분에서 도망가고 싶었다
이 기분은 맛있는 걸 먹어야 해
난 단순한 놈이다.
근처 카페로 달려가 오믈렛을 먹어주겠어!
하고 달려갔는데 휴무였다
카페마저 도와주지 않음에 또 눈물이 났다
mbti가 j라면서 휴무조차 확인하지 않은 멍청함에 또 눈물이 났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았던 식욕
편의점으로 달려가 라면 삼각김밥을 야무지게 먹고 있었다
먹는데, 먹는 거 하나 자재 못하는 내가 또 미워졌다
아냐
도리도리 머리를 저었다
이것조차 하지 않았으면 나 또 울지도 몰라
라면을 한 젓가락 먹고
두 젓가락을 들어 올릴 때였다
찌르릉 전화가 왔다
심장이 내려앉았다
민과장님에게 전화가 왔다
‘나 뭐 또 잘못했나?’
전화를 받으니 멀리 나갔나의 물음
1층 오면 전화 달라는 통화에
급하게 몇 입 먹고 음식물쓰레기통에
라면과 삼각김밥을 버리고
내가 낼 수 있는 속력 최대로 달려갔다
또 어떤 질타를 받게 될까
나의 무지함에 또 직면해야 하겠지
울어버린 눈탱이를 눈치채지 못하게
웃음으로 반달은 만들어
눈을 보이지 않게 해야지 하면서
뛰어갔는데,
도착해 전화를 드리니
갑자기 회사차를 시동 걸지 않고
본인 차의 시동을 걸어보고
카페로 데려갔다
민과장님은
울고 눈탱이 밤탱이 되었던
내 눈을 보았던 것이었다.
아, 연기는 완벽했었는데,
다울고 나오는 딱 엘베 앞에서 딱 3초 봤던
그때였나 보다.
카페에 마주 앉은 시간이 어색하지만
그 시간이 내 울음을 멈추게 해 주었다
잔뜩 긴장하며 컵을 만지작했는데
아침에 혼내서 미안하다고 운을 띄웠다
네가 똑똑하니
이것저것 시키게 된다
너무 힘들면 말해달라
그렇다고 일을 줄여줄 건 아니다.
그 말에 ‘똑똑하니’
라는 말에 정말 깜짝 놀라고 위로를 받았다
하루종일 나의 무식하고 무지함을 나 스스로 미워했는데
그 미움이 씻겨나가는 듯했다
다른 사람이 볼 때 멍청해 보인다 생각했는데
날 똑똑하게 봤다고?
나의 힘듦을 이해해 준다고??
난 그 대화로 또 열정을 얻게 되었다
그 대화를 통해
나 자신이 나를 끝없이 찔렀던 쇠창살을 그만 내려두었다.
내게만 있던 시선을 거두고 주변을 보니
같이 힘든 상황 속에서도 견뎌내는 상사분들이 보였다
난 슬픔을 거두었고
어딜 가도 아무것도 아닌 사람에서
이 토목현장에서 최고가 되기로 결심했다.
반달눈웃음을 가진 정화야
또 힘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