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으로 바다와 강이 들끓고 있습니다. 부산·경남의 식수원인 낙동강 하류는 녹조를 유발하는 남조류가 지난달 12일 ㎖당 195개에서 최근 4만2385개(cells)로 급증. 남해안의 해상 가두리 양식장은 물고기들이 높은 수온을 견디지 못하고 폐사해 어민들 애간장을 녹입니다.
국제신문은 11일 경남 통영시 한산면 추봉도의 양식장을 둘러봤습니다. 어민 나훈(49) 씨가 어린 쥐치 10만 마리를 바다에 풀어주고 있더군요. “30만 마리 중 최근 10만 마리가 떼죽음 당했다. 남은 어류라도 살리려고 방류했다.” 이곳에서 배로 20분 떨어진 김선우(35) 씨의 양식장은 죽은 숭어떼로 뒤덮혀 있었습니다. 김 씨는 “하룻밤 자고나면 수백 마리가 떠오른다. 속이 뒤집힌다”고 울분을 토하더군요. 이달 경남에서 폐사한 양식어류만 총 477만 마리. 피해액은 76억6000만 원. 고수온이 지속되면 2018년 피해(686만 마리)를 뛰어넘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바닷물 온도는 24도 아래가 정상. 더위가 이어지면서 경남 해역의 온도는 30도를 넘나듭니다. 이윤수 경남어류양식협회 회장은 “지난주 해수 온도가 31도를 찍었다. 오늘은 28.7도까지 떨어져 다행”이라고 했습니다. 바닷물 온도 30도는 사람이 하루 종일 열탕에 몸을 담그고 있는 것과 같은 스트레스를 어류에 유발합니다. 특히 수심이 얕은 곳에서 이뤄지는 연안 해상가두리 피해가 심각합니다. 보통 그물 깊이가 10m를 넘지 않는 이곳에선 물고기가 고스란히 햇빛에 노출될 수 밖에 없습니다.
국립수산과학원과 공무원들로 구성된 합동조사단과 어민들이 피해 규모를 놓고 논쟁을 벌이기도 합니다. 보상 기준이 되는 피해액을 산정하려면 죽은 어류 마릿수를 정확히 세야 합니다. 그러나 찜통더위에 죽은 물고기가 반나절만 지나도 형체가 없어질 정도로 녹아내려 마릿수 계산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정부가 양식어류를 수매해 비축하거나 군납용으로 납품 받는다면 바다의 한숨이 조금은 잦아들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