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귀국합니다. 카자흐스탄에 묻힌 홍범도 장군이. 봉오동 전투 승리 100년 만에. 홍 장군의 유해가 광복절 오후 봉환됩니다. 황기철 국가보훈처장과 배우 조진웅은 오는 14일 유해를 모시러 출국. 홍 장군은 1920년 봉오동 골짜기에서 일본 월강추격대와 독립투쟁 최초의 전면전을 벌인 영웅. 일본군 19사단 추격대대 157명을 사살하는 과정이 2019년 개봉한 영화 ‘봉오동 전투’에 잘 담겨 있습니다. 김좌진 장군의 북로군정서와 연합해 보복에 나선 일본군을 무찌른 것이 바로 청산리 전투.
일본군 토벌을 피해 연해주로 옮긴 홍 장군은 1922년 1월 모스크바에서 레닌을 만나 권총 한 자루와 ‘조선군 대장’이라고 쓰인 친필 증명서를 받습니다. 반공을 국시로 한 남한 정부가 홍 장군을 철저하게 외면했던 이유입니다. 북한 역시 김일성과 비교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배척. 1937년 스탈린의 한인 강제이주정책으로 카자흐스탄으로 떼밀린 홍 장군은 극장 수위로 일하다 1943년 7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납니다.
홍 장군만큼 대접 받지 못한 이가 바로 안중근 의사의 여동생인 안성녀 여사. 안 의사 가문에서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은 13명 중 여성은 어머니 조마리아와 조카 며느리 오항선을 포함해 3명뿐입니다. 국가보훈처는 안 여사가 ‘일제에 붙잡혀 감옥살이를 한 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서훈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반면 안 여사와 평생을 함께했던 며느리 오항선 여사는 서훈을 받았습니다. 안 여사는 6·25전쟁을 피해 부산으로 피란을 와 궁핍하게 살다 사망합니다. 그가 부산 남구 용호동 천주교묘지에 묻혔다는 사실은 2005년 국제신문이 발굴.
최근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는 안 의사 가문 여성들의 독립운동을 기록한 ‘안중근 家 여성록’을 출간했습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했습니다. 마침 김동우 사진작가가 부산·경남 독립운동가 후손들과 사적을 찍은 사진 80점을 부산도서관에서 전시(9월 30일까지) 중입니다. 그 중 한 장이 안성녀 여사의 묘지 풍경. 시간 나실 때 들러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