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D를 선물할 시간

by 연산동 이자까야

경남의사회 신진규 부회장은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그는 “코로나19로 일상이 무너지면 블루(우울증)·레드(공포)·블랙(무기력증)이 차례로 찾아온다”고 경고합니다. 코로나19는 원래 색깔이 없습니다. 흔히 보이는 사진은 전자현미경을 통해 겨우 구분할 수 있는 바이러스 형상에 인공적인 염색을 해 촬영한 것. 결국 블루·레드·블랙은 모두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만든 마음의 괴물인 셈.


21764_1629187882.jpg 부산의료원 의료진이 병원 내 선별검사소에서 방호복을 입은 채 검체 채취를 하고 있다. 국제신문DB


매일 5㎏ 넘는 방호복을 입고 검체를 채취하는 의료진의 정신건강은 ‘안녕’할까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은 전국 17개 보건소 1765명을 조사했더니 우울 점수가 10점 이상인 ‘우울 위험군’이 무려 33.4%. 일반 국민(18.1%)의 우울 위험군 비율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입니다.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비율도 19.9%. 응답자의 91.1%는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삶의 질이 나빠졌다고 했습니다. 수면장애로 진료 받은 사람도 165명. 코로나19 업무에 유능감과 자부심을 ‘느끼지 않는다’는 응답은 65.1%. 그만큼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뜻입니다. 그들이 가장 원하는 서비스(총 5점)는 휴가(4.03점)와 인력 충원(4.02점). 영국에서도 중환자실 근무 의료진 중 48%가 정신건강을 위협받고 있다는 연구 결과(임페리얼컬리지런던)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우울증은 물론 불면증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었다고 하네요.


1차 의료기관인 보건소가 피곤하면 국민이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을 수 없습니다. 방역당국도 17일 두가지 해법을 내놨습니다. 첫째는 보건소 인력에 대한 추가수당 제공과 ‘마음건강 주치의’ 프로그램 운영. 둘째는 전국 258개 보건소당 평균 9명 추가 배치. 신 부회장은 “거리두기를 지키면서 산책이나 걷기를 하면 면역력을 키우는 비타민D가 생성된다”고 조언합니다. 보건소뿐 아니라 전국의 모든 의료진들이 매일 30분이라도 따사로운 햇살을 즐길 수 있는 여유는 언제쯤 생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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