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내지 말라"

by 연산동 이자까야

탈레반 지도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아프가니스탄에 입성한 18일. 아프가니스탄 여자축구 대표팀 주장이던 칼리다 포팔(34)는 숨 쉴 수 없을 만큼 고통을 느꼈습니다. “꿈이 사라졌다. 그저 악몽 같다.” 살해 위협을 피해 덴마크로 이주한 그는 “그동안 소녀들에게 용감해지라고 했다. 이제는 ‘목소리를 내지 말라’고 한다”고 한탄. 29세에 마이단샤르라는 도시의 시장에 올라 ‘여성 인권의 상징’으로 불리던 자리파 가파리도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그들(탈레반)은 나 같은 사람을 찾아서 죽일 것이다”고 했습니다. 탈레반의 여성 탄압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국영 TV의 유명 앵커인 카디자 아민이 정직을 당했습니다. “나는 기자인데 일 할 수 없게 됐다. 다음 세대는 아무 것도 갖지 못할 것이다. 탈레반은 탈레반이다. 그들은 변하지 않았다.”

21764_1629283238.JPG 아프가니스탄 카불 인근 도시의 탈레반. AP=연합뉴스

탈레반이 엄격한 이슬람법을 강요하는 징후도 포착됩니다. 많은 여성이 외출할 때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리는 부르카를 착용합니다. 남성 친척이 동행하지 않는 한 집을 떠나지 말라는 지시도 내려졌다고 합니다. 카불대는 여학생이 남자 보호자와 동행하지 않는 한 기숙사 방을 나가지 못하도록 금지. 프랑스24 방송은 “탈레반이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조직원들과 결혼시킬 12~45세 여성 명단을 작성하고 있다는 보고가 여러 건 있다”라고 보도.


아이들은 절규합니다. 유엔에 따르면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아프가니스탄 인구는 1400만 명. 아동 570만여 명은 기아의 위기. 특히 5세 미만 중 절반은 급성 영양실조에 처했다고 합니다. 국제구호개발 NGO(비정부기구)인 세이브더칠드런도 “최근 한 달간 피난을 떠난 아프간 어린이 7만5000여 명의 안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는 성명을 발표. 과연 자살 테러를 주저하지 않던 탈레반이 온건한 방식의 ‘정상 국가’를 만들 수 있을까요. 인도 언론은 이날 “테러단체 IS 대원 상당수가 아프간 수도 카불에 진입했다”고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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