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량천. 구봉산 자락에서 불고기 백반으로 유명한 돼지갈비 골목을 끼고 돌아 북항으로 흐르는 길이 1.61㎞ 샛강. 부산시는 2010년부터 초량천을 덮은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있습니다. ‘제2의 청계천’이 목표. 1단계인 초량육거리~하나은행 316m 복원(370억 원)은 올해 준공. 산뜻하게 바뀐 초량천을 보는 시선이 고운 것만은 아닙니다. 지난 7일 새벽 ‘새까만 물이 초량천으로 대량 유입됐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오염물의 정체는 염색약. 과거 구봉산에서 염색공장을 운영하던 할머니가 자신의 옷을 염색하고 남은 약을 버린 것이 하천으로 유입된 겁니다.
빗물과 생활하수를 따로 처리하는 분리식 하수관거가 설치됐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겠죠. 현재 초량천 옆 주택 상당수는 합류식 하수관을 사용합니다. 부산시는 2016년 11월부터 초량천 수계 5400가구의 합류식 하수관을 분류식으로 교체 중입니다. 그런데 약 600가구(11%)에는 이런 저런 이유로 분류식 하수관이 연결되지 못했습니다. 초량2·3재개발사업에 포함된 약 800세대도 분류식 하수관 설치 대상에서 제외. 적어도 1500가구가 초량천으로 오수를 내보내는 셈. 오수를 희석시키려면 유지용수를 늘려야 합니다. 그런데 초량천은 폭이 좁고 경사가 가파릅니다. 많은 물을 쏟아 부으면 유속이 빨라져 안전사고 위험이 커집니다. 부산 동구는 “현재의 초량천은 ‘거대한 하수구’이다. 분류식 오수관 설치 비율이 높아지기 전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고 하네요. 오수 때문에 무더운 날에는 초량천에서 악취가 발생해 상인들의 항의가 빗발칩니다.
온천천은 비만 오면 어김없이 죽은 물고기 떼가 떠오릅니다. 합류식 하수관을 쓰는 주택에서 생활하수가 유입되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부산시는 사직·장전·온천·연산동과 양정·남산동의 하수관 교체 시기를 2025년에서 내년으로 3년 앞당겼습니다. 초량천은 왜 온천천을 반면교사로 삼지 못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