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프로야구 시청자들은 속이 터졌습니다.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키움 히어로즈 경기가 폭우가 아니라 ‘배수’ 때문에 취소됐거든요. 이날 오후 6시 47분부터 국지성 집중호우가 내렸습니다. 빗줄기는 약 30분 만에 가늘어졌습니다. 진행요원들이 내야에 깔린 대형 방수포를 걷어내자 물 웅덩이가 곳곳에 가득. 사람 손으로 빼내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결국 심판은 ‘노 게임’ 선언. 포털사이트에는 “배수가 안되서 우천취소가 되었다니. 투자 좀 합시다” “그 비에 취소가 말이냐!” “동호회 수준의 사직구장” 같은 댓글이 달렸습니다.
노후화된 사직구장의 ‘배수 취소’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닙니다. 올해 5월 28일 롯데-NC전도 갑자기 내린 소나기에 물이 빠지지 않아 취소. 그날 역시 비는 30분 정도만 내렸습니다. 하늘은 파랗게 갠 상태. 다른 야구장은 어떨까요. 지난달 10일 대구에서 열린 롯데-삼성전은 우천 중단 시간이 112분이나 됐음에도 배수와 그라운드 정비가 신속히 이뤄져 금새 재개됐습니다.
배수 불량은 사직구장뿐 아니라 부산의 문제입니다. 지난해 동구 초량지하차도 침수 사고 원인 중 하나도 강수량을 감당 못한 배수 시스템. 당시 중·동구(대청동 기준)의 하루 강수량은 176.2㎜로 해운대(212㎜)보다 적었습니다. 현재 부산의 배수 용량(빗물저장소·배수펌프·하수관로) 기준은 10~30년 빈도 강우에 대비한 수준. 게릴라성 호우 때마다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방재시스템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로 바뀌면서 50년~100년 빈도의 폭우는 더욱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제12호 태풍 ‘오마이스’가 한반도로 북상 중입니다. 기상청은 23일 오후부터 24일까지 최대 순간 풍속 100㎞/h(30m/s) 이상의 강풍과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습니다. 피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