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구장, 초량, 부산

by 연산동 이자까야

지난 19일 프로야구 시청자들은 속이 터졌습니다.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키움 히어로즈 경기가 폭우가 아니라 ‘배수’ 때문에 취소됐거든요. 이날 오후 6시 47분부터 국지성 집중호우가 내렸습니다. 빗줄기는 약 30분 만에 가늘어졌습니다. 진행요원들이 내야에 깔린 대형 방수포를 걷어내자 물 웅덩이가 곳곳에 가득. 사람 손으로 빼내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결국 심판은 ‘노 게임’ 선언. 포털사이트에는 “배수가 안되서 우천취소가 되었다니. 투자 좀 합시다” “그 비에 취소가 말이냐!” “동호회 수준의 사직구장” 같은 댓글이 달렸습니다.

21764_1629621432.JPG 지난 19일 롯데와 키움의 경기가 벌어지는 부산 사직구장에 기습적인 폭우가 쏟아지자 롯데 구단 관계자들이 방수포로 그라운드를 덮고 있다. 연합뉴스

노후화된 사직구장의 ‘배수 취소’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닙니다. 올해 5월 28일 롯데-NC전도 갑자기 내린 소나기에 물이 빠지지 않아 취소. 그날 역시 비는 30분 정도만 내렸습니다. 하늘은 파랗게 갠 상태. 다른 야구장은 어떨까요. 지난달 10일 대구에서 열린 롯데-삼성전은 우천 중단 시간이 112분이나 됐음에도 배수와 그라운드 정비가 신속히 이뤄져 금새 재개됐습니다.


배수 불량은 사직구장뿐 아니라 부산의 문제입니다. 지난해 동구 초량지하차도 침수 사고 원인 중 하나도 강수량을 감당 못한 배수 시스템. 당시 중·동구(대청동 기준)의 하루 강수량은 176.2㎜로 해운대(212㎜)보다 적었습니다. 현재 부산의 배수 용량(빗물저장소·배수펌프·하수관로) 기준은 10~30년 빈도 강우에 대비한 수준. 게릴라성 호우 때마다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방재시스템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로 바뀌면서 50년~100년 빈도의 폭우는 더욱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제12호 태풍 ‘오마이스’가 한반도로 북상 중입니다. 기상청은 23일 오후부터 24일까지 최대 순간 풍속 100㎞/h(30m/s) 이상의 강풍과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습니다. 피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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