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50장을 먹는다

by 연산동 이자까야

신용카드 5장. 우리나라 성인이 매주 섭취하는 플라스틱 양입니다. 바다는 미세플라스틱 천국. 취재진은 최근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KIOST)과 공동으로 경남 거제시 흥남해수욕장의 모래를 한 줌 떠서 5㎜와 1㎜ 체를 겹쳐 걸러봤습니다. 1~5㎜의 미세플라스틱이 두 줌 정도 나오더군요. 스쿠버다이빙 장비를 메고 부산·경남 앞바다에도 들어가봤습니다. 흰색 마스크부터 어구·그물에 스티로폼 부표가 해저에 가득. 통발에 갇혀 죽은 물고기 사체를 먹으려 접근한 물고기마저 통발에 갇힙니다.

21764_1632286716.jpg 경남 통영 사량도 앞바닷속 마스크.

아시아 최대 철새도래지인 부산 사하구 을숙도와 경남 통영 사량도 앞바다 풍경도 비슷합니다. 생수병· 라면봉지·스티로폼·로프에 플라스틱 용기까지 생활쓰레기 천지. 가덕도신공항 예정지인 대항동 새바지 해안에선 페트병은 기본이고 냉장고 문짝까지 눈에 띄었습니다. 현장을 다녀온 기자는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쓰레기가 발에 걸렸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연간 해양 쓰레기 발생량 14만5000t 중 플라스틱은 약 80%. 풍화와 마모를 통해 잘게 쪼개진 플라스틱은 식탁에 오릅니다. KIOST가 2016년부터 올해까지 6년간 해양생물의 미세플라스틱 검출률을 검사했더니 바지락·어류(6종)과 바닷새(11종)에서 각각 100%와 42.1%가 나왔습니다. 성인 수산물 섭취량에 대입하면 1인당 연간 1312개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는 셈.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수산물 미세플라스틱 모니터링 결과도 비슷합니다. 노량진시장(서울)·자갈치시장(부산)·서부농수산물 도매시장(광주)에서 구입한 국내산 수산물 27개 품목과 수입산 22개 품목의 미세플라스틱 검출 빈도는 각각 98.7%와 95.5%. 국내산 천일염 5개 품목에서도 모두 검출. 심원준 KIOST 연구원의 경고는 섬뜩합니다. “이대로 가다간 2100년에는 (현재보다 10배 많은) 일주일에 신용카드 50장 분량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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