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30분

by 연산동 이자까야

1세대 여성운동가인 고(故) 이이효재 선생의 길이 고향인 경남 창원에 생겼습니다. 창원시는 29일 고인이 즐겨 찾던 진해구 제황산공원 숲길 2.2㎞를 ‘이이효재의 길’로 명명. 1년 전 별세한 고인은 여성학자이자 사회학자. 호주제 폐지는 물론 ‘부모 성 같이 쓰기’ 운동을 통해 남녀평등 사회를 앞당겼다고 평가 받습니다. 말년에는 귀향해 ‘진해 기적의 도서관’ 설립을 주도. 작가 박정희는 “오늘을 살아가는 여성 가운데 단 한 명도 이이효재에게 빚지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했었죠. 고인은 노동운동가이기도 합니다. 그가 주창했던 대표 정책이 비정규직의 숙원이었던 동일노동 동일임금.

21764_1632901199.jpeg 다큐멘터리 '사상'. 시네마달 제공

마침 노동의 가치를 조명하는 영화 네 편이 내달 개봉합니다. ‘사상’은 부산 사상구 도시재생사업의 민낯을 하나둘씩 들추는 다큐멘터리. ‘밀양 아리랑’ ‘깨어난 침묵’ ‘소성리’를 통해 주변부 이야기를 담아낸 박배일 감독은 ‘사상’에서는 공동체를 할퀴는 자본의 발톱을 추적합니다. 독립영화 ‘휴가’는 1882일째 농성 중인 해고노동자 재복이 해고 무효소송에서 최종 패소하자 집으로 돌아가면서 겪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태일이’는 청년 전태일의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 1970년대 삶의 공간과 사람들의 모습을 리얼리즘 화법으로 구현했다고 하네요.


내달 14일 개봉하는 ‘노회찬 6411’은 부산 출신 노동운동가이자 정치인이었던 노회찬을 다룬 다큐멘터리. 인천의 한 공장에 위장 취업한 용접공 시절부터 진보 정치인의 모습까지 우리가 몰랐던 노회찬의 삶이 잔잔한 여운을 남깁니다. 그가 대변하고자 했던 ‘새벽녘 6411번 버스를 탄 노동자’의 삶은 얼마나 나아졌을까요? 최근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한 한 중국기업이 직장폐쇄를 단행했습니다. 노동조합은 “사측은 생산시간을 늘리려 점심 시간을 30분으로 줄였다. 노동자들이 1시간 동안 식사를 하는 준법투쟁을 하자 직장을 폐쇄했다”고 주장합니다. 듣고도 믿기지 않는 2021년의 노동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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