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경제학자 질비오 게젤은 ‘자연스러운 경제질서’에서 토지 임대료와 이자를 양극화 주범으로 지목합니다. 토지를 국유화(자유토지) 하면 양도·상속이 불가능해져 빈부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과격한’ 해법도 제시했죠. 하늘로 치솟은 건물은 한정된 효율성을 극대화한 개념. 유현준 건축가는 “초고층은 권력자가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라고 하더군요. 정부는 민간이 바다를 사용할 때 공유수면 점·사용료를 매년 징수하는 반면 고층 건물의 ‘허공 사용료’는 따로 부과하지 않습니다. 토지 소유에 따른 부속권리로 보는 인식이 크기 때문입니다.
부산 해운대에 3개의 고층 건물이 추진됩니다. 옛 그랜드호텔을 매입한 MDM플러스는 복합 리조트를 구상 중. 앞서 MDM 플러스는 지상 49층 규모의 오피스텔과 근린생활시설 건축허가를 냈다 취하한 적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신세계그룹이 신세계센텀시티 옆 야외주차장에 최고 80층 높이의 고층호텔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왔습니다. 우정사업본부는 해운대해수욕장과 인접한 부산지방우정청 해운대수련원을 지상 26층 높이의 4성급 호텔로 개발한다고 24일 밝혔습니다. 1988년 준공한 해운대수련원은 그동안 집배원들의 복지를 위해 운영됐다고 하네요.
초고층을 비난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남에게 피해를 줘선 안되겠죠. 이미 해운대는 ‘신종 재난’이라는 빌딩풍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부산의 50층 이상 건물 38개 동 중 28개 동이 해운대에 밀집한 탓입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4월부터 내년까지 ‘빌딩풍 위험도 분석 및 예방 대응기술’ 용역을 진행 중입니다. 초고층의 그늘이 주변 1~2㎞를 덮기도 합니다. 빛 반사에 고통받습니다. 교통 정체도 일상입니다. 오죽하면 부산시가 지하고속도로(대심도·센텀~만덕)까지 뚫는 마당입니다. 부산시민은 이미 ‘마천루가 엄청난 부가가치를 생산한다’는 환상에서 깨어났습니다. 엘시티 특혜의혹 때문에 오히려 깊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건축 인·허가권을 가진 행정기관이 새겨야 할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