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공론화' 실험

by 연산동 이자까야

이성문 부산 연제구청장이 지난 3일 페이스북을 통해 일상 회복을 위한 민관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습니다. 코로나19 시대에 서로 도우며 살 수 있는 지혜를 모아보자는 취지입니다. 민관협의체가 태동하면 ‘순세계잉여금이나 예비비를 재난지원금으로 전용해도 될까’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올해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진보당 후보로 출마했던 노정현 연제주민대회 조직위원회 상임위원장이 “남는 예산을 재난지원금으로 쓰자”고 요구하며 지난달 27일부터 단식 농성을 했었거든요. 노 위원장은 “코로나19가 2년 차에 접어들면서 우리의 삶은 많이 어려워졌고 불평등은 더욱 심각해졌다. 지금이야말로 정치가 주민을 향해 펼쳐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청장이 민관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면서 노 위원장의 주장을 공론화의 장으로 끌어들인 셈이 됐습니다.

21764_1636013834.jpg 부산 연제구청. 국제신문DB

사실 예비비를 재난지원금으로 사용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특히 재난예비비는 예측이 어려운 자연재해에 적절하게 대처하기 위한 예산이거든요. 잔액은 다음해 주요 사업이나 중장기 투자사업비로 활용하도록 돼 있어 자치단체장 마음대로 쓸 수도 없습니다. 그래도 이 청장이 “공공의 돈은 연제구민의 ‘일상회복과 미래’를 위해 사용돼야 한다. 연제구의회 여야 대표와 노 위원장까지 함께 하는 협의체 구성하자”고 제안한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 동네 고민을 유권자 스스로 논의해 해법을 찾는 것이 지방자치의 취지이기 때문입니다.


‘선거를 통해 우리가 배운 것은 과거의 선거에서 배운 것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정치 지도자들이 늘 유권자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1987년 체제’를 뛰어넘는 정치 시스템의 변화는 ‘유권자가 직접 예산 편성·지출·감시에 폭 넓게 참여하는 고도의 자치·분권에 달렸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연제구 민관협의체가 진정한 공론(空論)의 장이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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