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리총(飾履塚)은 신라 천년 도읍지 경주의 고분 중 하나. 식리는 장례에 쓰이는 신발을 이르는 한자식 표현. 우리나라에서 금동(金銅) 신발이 발견된 경주 노동동 고분이 식리총 1호. 동에다 금을 입힌 신발의 백미는 용 봉황 연화무늬를 새긴 화려한 금세공술. 여기에 축구화처럼 뾰족한 징도 여러 개 박혀 있다고 합니다. 고구려 유적인 길림성 집안현 삼실총 벽화와 통구 12호 무덤 벽화에 새겨진 무사도에도 징이 박힌 신발이 있다고 하네요. 경상도를 주름 잡았던 가야는 금동신발 대신 신발모양 토기(부산 복천동 고분)를 남겼습니다.
국내 근대 신발산업의 메카는 부산. 국제상사·태화고무·삼화고무·진양고무·동양고무가 1980년대를 주름 잡던 부산 기업. 운동화뿐 아니라 부산에서 만든 고급 수제화 한 켤레 값이 쌀 한 가마니 가격과 맞먹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수제 방법을 통달한 기술자 반열에 오르는 건 여간 힘들지 않았다고 하네요. 흔히 ‘선생’이라 불린 기술자를 받들며 수년간 여러 단계의 견습밥을 먹어야 했던 까닭. 좁은 실내에서 열댓 명이 쪼그려 앉아 일하고 접착제 냄새와 먼지를 견뎌내는 것도 고역. 그래도 수제화 기술력은 외국 유명 브랜드와 견줘서 밀릴 게 없었습니다.
지금도 부산진구에는 맞춤형 신발 제작이 가능한 252개 사와 한국신발피혁연구원·신발산업진흥센터이 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3일 부산진구를 ‘신발산업 성장거점 특구’로 지정한 이유입니다. 올해부터 5년간 공공·민간 분야에 320억 원을 투입해 신발 산업을 양성한다고 하네요. 부산이 신발 하청공장을 뛰어 넘어 글로벌 브랜드를 키우는 토양이 되길 기원합니다. 이미 미국 나이키는 메타버스 진출을 염두에 두고 ‘Just Do It’ ‘에어 조던’ ‘점프맨’을 포함해 7개 로고에 대해 상표 등록 신청서를 제출. 가상공간에서 운동화·의류를 판매하기 위한 물밑 작업입니다. 앞서 2019년 5월에는 온라인 게임 포트나이트의 게임 캐릭터가 나이키의 조던 브랜드 운동화를 신고 등장했었죠. 부산 신발이 메타버스를 누빌 날도 오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