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 휴먼, 믿음

by 연산동 이자까야

디지털이 아날로그 영역을 침범한지 꽤 오래됐습니다. 콘텐츠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유통되면서 종이신문뿐 아니라 잡지 생태계도 위기를 맞은 지 오래. 지난해 별세한 생태운동가 김종철 선생이 창간한 격월간 ‘녹색평론’은 내년 1년간 휴간한다고 하네요. 운명을 다한 듯 했던 잡지가 요즘 부활의 날개짓을 합니다. BBR(블록체인 비지니스 리뷰)이나 컨셉진·부엌과 같은 전문잡지부터 시민시대(목요학술회)·지역사회(동서대 지역사회연구소)처럼 부산에 천착하는 고품질 독립잡지도 건재. 최근에는 비정기 간행물(무크) 형태의 인문학잡지 ‘아크’가 부산에서 창간. 아크 1호 주제는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휴먼’. 올해 6월 발행된 2호(‘믿음’)는 고(故) 백기완 선생을 다룬 ‘삶의 들락은 꽈당하고 닫히는 게 아니다’를 머릿글에 올렸더군요.

21764_1636619446.jpg 지난 9일 2021 워라벨 최고경영자상을 수상한 허동윤 상지건축 회장. 상지건축 제공.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대목. ‘과연 아크는 만드는 사람들은 인문학적인 삶을 살고 있을까.’ 아크 발행인은 상지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허동윤 대표. 11일자 국제신문에 이런 기사가 실렸습니다. ‘허동윤 대표가 워라밸 최고 경영자상을 받았다. 허 대표는 지난 7월 직원 한 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예상 밖 선택을 했다. 임직원 모두에게 위로금 100만 원씩을 지급했다(중략). 서로 격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중략). 허 대표는 4년 이상 근무자에게 1개월 유급휴가를 준다. 8년 이상 근속자에게 해외연수를 제공한다.’ 열린도시부산건축포럼과 상지인문학아카데미도 운영 중이더군요.


아크 2호 ‘에디터스 레터’에는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만인성불’에는 함께 아파하는 동고의 마음을 전제한 평등사상이 깔려 있습니다. 믿음에는 대상이 존재하지만 주체는 자신입니다. 핵심은 ‘무엇을 묻는가’일 겁니다. 인문학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실천하는 인문학, 나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선의 연대가 이어지길 기원합니다.” 독자 입장에선, 아크가 펜데믹 시대에 더욱 요구되는, 인간과 세계의 근원에 대해 성찰하는 공론장이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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