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복(公僕)의 결투

by 연산동 이자까야

‘라스트 듀얼’은 리들리 스콧이 14세기 프랑스의 결투 재판을 다룬 실화 영화. 장 드 카루주는 친구 자크 르 그리와 함께 영주 피에르의 휘하로 종군합니다. 영주의 총애를 산 자크와 달리 장은 푸대접받는 신세. 장은 마르그리트와의 결혼 지참금으로 얻을 땅과 상속받을 영주 지위마저 피에르의 명령으로 자크에게 빼앗깁니다. 장이 스코틀랜드 원정에 참전한 사이 자크가 마르그리트를 겁탈하면서 둘 사이는 파국. 영화평론가 조재휘는 “(리들리 스콧은) 동일한 사건을 두고 엇갈리는 세 사람의 상대적 관점을 번갈아 보여주는 구성을 취한다. 장과 자크의 진실은 각자 입장에선 참일 수 있다”면서도 “장은 아내의 안위보다 자신의 체면과 명예가 우선인 허영에 찬 가부장이다. 자크는 로맨티스트를 가장한 위선자이자 주색잡기에 열심인 탕아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합니다.

21764_1637129818.jpg 지난 16일 오후 부산시청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오른쪽)과 신상해 부산시의회 의장이 공공기관장 임명과 관련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공기업 사장 임명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던 박형준 부산시장과 부산시의회가 결투라도 할 태세입니다. 박 시장은 17일 김용학 부산도시공사 사장과 한문희 부산교통공사 사장에게 임명장을 수여. 인천도시공사 사장 출신인 김 사장은 외국계 부동산 개발사에 취업해 4년간 16억 원대 연봉을 받은 점과 태극기집회에 참석한 과거 때문에 ‘부적격’ 판정을 받은 인물. 한 사장은 한국철도공사 경영지원본부장 시절 파업 조합원에게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의혹과 2013년 건설업자로부터 골프접대를 받은 점이 논란이 됐었죠. 박 시장은 “임명하지 않을 타당한 사유를 찾기 어려웠다. 전문가를 등용한 만큼 역량을 지켜보고 판단해 주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반면 신상해 부산시의회 의장은 “부적격 판단을 내린 두 후보를 임명한 것은 싸우자는 이야기밖에 안 된다”고 반발.


‘라스트 듀얼’의 장과 자크는 결말에 이르러서는 참과 거짓에는 관심 없는 듯 진흙탕 싸움만 합니다. ‘초당적 협치’를 강조했던 부산의 두 공복(公僕)이 장과 자크처럼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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