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사망한 전두환 전 대통령처럼 많은 비극을 뿌린 인물이 있을까요. 전 씨는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피살되자 12·12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찬탈한 내란 수괴이자 1980년 광주를 피로 물들인 살인자. 삼청교육대는 ‘공포 정치’의 상징. 민주화운동 세력에 대한 폭력상은 1987년 1월 부산 출신인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통해 세상에 알려집니다. 당시 치안본부장이 밝혔던 사망 원인은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 그 해 6월에는 연세대 이한열 열사가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사망합니다. 반정부 시위가 확산하자 전두환은 다시 군대를 동원하려다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물러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은 1995년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전 씨를 불기소 처분해 국민적 분노를 사기도.
전두환은 12·12 쿠데타 동지인 노태우 전 대통령과 달리 사과 한 마디 없었습니다. 오히려 억울하다고 항변. 1988년 백담사로 가기 전에는 “나도 인간인데 동네북처럼 두들기지 마라”고 하더니 1995년 내란 혐의 재판정에선 “억울하다. 왜 나만 갖고 그래”라는 어록을 남깁니다. 1996년 비자금 사건 공판에선 “내가 돈을 받지 않으니 기업인들이 되레 불안을 느꼈다. 기업인들은 내게 정치자금을 냄으로써 정치 안정에 기여하는 보람을 느꼈을 것이다”고 큰소리. 1999년에는 “나 자신의 인권도 탄압받고 짓밟히면서 살아왔다. 내가 인내심이 있고 성질이 좋아 이렇게 살아 있지”라고 역정을 냅니다. “광주는 총기를 들고 일어난 하나의 폭동이야” “광주하고 나하고 무슨 상관 있어? 광주 학살에 대해 나는 모른다” “(12·12 쿠데타는) 우발적 사건”이라는 망언까지.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는 “(전두환의) 성찰 없는 죽음은 그조차 유죄”라고 하더군요. 전두환은 떠났으나 ‘전두환 시대’가 정말 끝났는지는 되돌아볼 일입니다. 우린 아직 5·18 최초 발포 명령자조차 밝혀내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