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충격기와 형사면책

by 연산동 이자까야

닭장차와 백골단(사복 경찰)은 권위주의 정권의 상징. 1987년 민주화를 외치던 수 많은 사람들이 닭장차에 실려 연행됐습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의 쌍용차 폭력 진압은 대표적인 공권력 남용 사례. 요즘은 경찰이나 소방관이 매를 맞기도 합니다. 징계나 사후감찰을 우려해 공권력 사용을 미적대다가 더 큰 화를 부를 때도 있습니다. ‘정인이 사건’ 때는 아동학대 신고가 있었음에도 경찰이 주거침입죄와 재물손괴죄로 고발당할까봐 소극적으로 대처해 국민적 분노를 사기도.

21764_1638867945.png

7일 부산 경찰이 공권력을 ‘잘’ 사용해 화제가 됐습니다. 부산 동래경찰서는 야구방망이로 10대 아들을 폭행한 혐의(특수폭행)로 B(40대)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한 폭력조직 행동대장인 B 씨는 지난 5일 ‘아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면서 때렸다고 합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집 문을 열고 들어가자 B 씨가 흉기를 들고 위협적인 행동을 합니다. 경찰이 침착하게 아들을 병원으로 후송하고 B 씨를 체포하려던 순간. B 씨가 다시 흥분해 몸싸움을 하며 반항합니다. 90㎏ 넘는 B 씨를 제압하는 데 애 먹던 경찰은 테이저건에 이어 전기충격기까지 사용해 결국 체포.


최근 경찰관의 형사상 면책조항을 신설하는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직무수행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신체에 피해를 줬더라도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고의 또는 중대 과실이 없다면)했다면 형사책임을 감경 또는 면제받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형사적 면책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경찰의 쇄신. ‘인천 흉기 난동’ 사건 역시 면책 규정이나 매뉴얼이 없어서 발생한 것이 아닙니다. 단호하게 공권력을 집행하면서도 인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정선을 찾는 노력이 선행돼야 ‘면책권으로 경찰 권력이 더 비대해진다’는 논란도 잠재울 수 있을 것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미러 로봇'과 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