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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산동 이자까야 Apr 14. 2021

"일본의 도덕이 무너졌다"

일본 정부가 13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결정했습니다. 방사성 물질(삼중수소)이 포함된 오염수는 수영장 500개 이상을 채우기에 충분한 양(블룸버그 통신)입니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는 “그 물을 마셔도 별일 없다. 방류를 더 빨리 결정했어야 했다”는 망언까지 합니다. 일본은 한 술 더 떠 오염수 배출로 생기는 환경 훼손 우려를 과학적이지 못한 ‘후효’(風評·풍평)라고 규정해 이웃나라를 자극합니다.  


국제사회의 반응은 극명히 차이 납니다. 중국은 “지극히 무책임하다”는 내용의 담화문을 발표한 반면 미국은 “일본은 특수하고 어려운 상황에서 투명하게 결정했다. 국제적인 기준에 따랐다”고 지지했습니다. 미국은 오염수 대신 일본 정부가 쓰는 ‘처리수’(treated water)라는 단어까지 사용합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은 더 가관입니다. “환영한다. 획기적인 사건이다.”

지난 2월 촬영한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탱크. 교도·연합뉴스

 우리 정부의 가장 큰 고민은 정보의 부족. 일본은 ▷오염수의 구체적인 처분 방식 ▷방류 시작 시점 ▷방류 기간 ▷처분량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이 “오염수에 삼중수소가 얼마나 포함돼 있는지 알 수 없어 위험성을 예단조차 할 수 없다”고 걱정하는 이유입니다. 정부 차원의 오염수 방류에 따른 해양 피해 예측은 걸음마 수준입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개발 중인 태평양의 해수 순환 예측 모델도 2023년에야 완성됩니다. KIOST 역시 “일본이 오염수 방류에 대한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면 예측의 정확도가 떨어진다”고 우려합니다.  


오염수가 안전하다면 일본 정부는 자국민부터 설득하는 게 순서입니다. 이날 도쿄 총리 관저 앞에서는 오염수 방류 규탄 집회가 열렸습니다. 한 참석자의 발언을 소개합니다. “어떤 나라가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바다에 핵 쓰레기를 버리느냐. 세계가 일본을 어떻게 보겠느냐. 일본의 도덕을 무너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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