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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산동 이자까야 Apr 15. 2021

악마의 목소리
'김민수 검사' 잡았다

지난해 1월 ‘김민수 검사’가 20대 취업준비생 A(28) 씨에게 전화를 합니다. “서울지방검찰청 김 검사다. 당신은 대규모 금융사기에 연루됐다. 수사에 불응하면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 받는다. 지명수배도 내려진다. 중간에 전화를 끊어도 처벌 받는다.” 상대는 검찰 신분증과 명함 사진까지 A 씨의 이메일로 보냅니다. “서울로 조사 받으러 오라. 혐의점이 발견되면 구속될 수 있다.” 


잔뜩 겁 먹은 A 씨는 어렵게 모은 420만 원을 인출해 상경합니다. 김민수 검사는 A 씨가 보이스피싱을 의심할까봐 전화를 끊지 못하게 합니다. 끊임없이 윽박도 지릅니다. “마포구의 한 택배함에 돈을 넣고 000 카페로 가라.” A 씨가 카페에서 하염없이 기다려도 김민수 검사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사이 A 씨가 택배함에 보관했던 돈은 사라집니다.

가짜 검찰 신분증. 부산경찰청 제공

 A 씨는 설날을 앞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합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는 보이스피싱범이 진짜 검사인 줄 알았다고 합니다. ‘통화 중 전화를 끊어 검사님 연락을 못 받아 공무집행방해죄를 받았다.’ 유서 내용입니다. A 씨 아버지가 나중에 확인해 보니 A 씨 휴대전화 녹음파일에는 보이스피싱범을 “선생님” “검사님”이라고 부르는 목소리가 담겨 있었습니다. A 씨 아버지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내 아들을 죽인 얼굴 없는 검사 김민수 잡을 수 있을까요?’라는 글은 국민적 공분을 불러 일으켰지요. 


마침내 김민수 검사가 얼굴을 드러냈습니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14일 A 씨를 죽음에 이르게 한 5명을 사기·범죄단체 가입 활동 혐의로 붙잡았습니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보이스피싱 조직원 93명을 1차 검거. 그들은 중국 8개 도시에 콜센터를 마련해 내국인을 상대로 범죄를 저질렀다고 합니다. 1차 검거 때 김민수 검사를 사칭한 실제 목소리 주인공은 빠져 있었지요. 경찰은 “목소리 주인공이 언제쯤 비행기를 탔다는 다른 조직원 진술에 의존해 항공기 탑승객 1만여 명 명단을 받아 비슷한 연령대를 추려가는 방식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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