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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산동 이자까야 Apr 16. 2021

프로보커터의 시대

진중권·김어준·서민…. 유례없는 정치 논객의 시대입니다. 인플루언서의 한 마디에 정국도 요동칩니다. 품격있는 평론보다는 상대를 도발하는 ‘싸가지 없는 언어’가 더 주목 받습니다. ‘후궁’ ‘노욕에 찬 정치기술자’ ‘희대의 거간(居間) 정치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조차 자신이 1년간 몸 담았던 정당을 향해 ‘아사리판’이라고 직격탄을 날렸죠. 


더불어민주당은 요즘 쇄신 논의보다 협박성 문자폭탄으로 시끄럽습니다. 강성 지지층이 4·7보궐선거 패인으로 ‘조국 사태’를 지목한 5인방에게 수 천통의 문자를 날렸거든요. “문자폭탄도 민심”이라는 주장에 “쇄신을 가로막는 협박성 문자가 정상이냐”는 반론이 충돌 중입니다.

국제신문 DB

김내훈은 신간 ‘프로보커터’를 통해 우리 정치에서 점잖은 비평가보다 ‘도발자(provocateur)’가 유행하는 현상을 분석합니다. 프로보커터의 확산은 숙명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대중의 관심이 상품 판매에 필요한 보조재였던 시대를 지나 현재는 ‘관심이 돈’인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을 통해 무한 공급되는 정보의 옥석을 가리기 힘든 현대인은 당장 눈에 띄면서도 자극적인 것에 관심을 줍니다. 완성도 높은 콘텐츠도 관심을 받지 못하면 경쟁에서 탈락. 


저자는 진중권의 관심끌기 전략을 3가지로 나눕니다. ①‘싸가지 없는’ 말로 상대를 도발 ②도발에 격동한 상대를 적으로 돌림 ③적의 적은 나의 친구이므로 자연스럽게 ‘우리 편’ 추종자 확보. 진중권의 특징은 “처음부터 정치적 반대자를 공격하기보다는 여론의 형세를 살피다가 영합하는 손쉬운 먹잇감 찾기” “조롱조의 깐죽대는 어투와 제스처”로 압축했습니다. 


김어준은 진보 지지층을 결집할 뿐 반대 진영 설득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저자는 진단합니다. “정교함이 불필요한 음모론” “위험을 무릅쓰고 밝히려는 듯한 비장미”…. 


저자는 “혐오의 언어가 일상 언어와 뒤섞이는 순간 프로보커터는 언제든 득세하여 한국 사회의 담론 전반을 주도하고 어지럽힐 것이다”고 경고합니다. 지금 우리의 눈과 귀는 누구에게 열려있습니까? 뭐라노 독자께서는 누구에게 관심을 주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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