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개봉한 ‘킹스 스피치’는 말더듬증에 고생하는 영국 왕의 실화를 그린 영화. 조지 6세는 갑자기 왕이 됩니다. 형 에드워드가 유부녀와 결혼하기 위해 왕좌를 던졌기 때문. 언어치료사에게 상담 치료를 받던 조지 6세가 나치 독일과의 전쟁을 앞두고 대국민 연설을 하는 장면은 하이라이트. 자유·평화에 대한 신념과 파시즘 비판이 느리지만 또렷하게 전달됩니다. 실제로 독일군이 폭격할 때도 그는 버킹엄궁을 지켰습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해서일까요. 영국은 열세를 딛고 히틀러를 물리칩니다.
요즘 러시아와 맞서는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 ‘어록’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젤렌스키는 5일 미국 의원 300여 명과 화상 면담을 갖고 미국의 추가 지원을 요청. “내가 살아있는 모습을 보는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그의 격정적인 연설에 “슬라바 우크라니”(Slava Ukraini·우크라이나에 영광을)라는 환호성이 터졌다고 하네요. 미국이 피신을 제안했을 때도 젤렌스키는 “필요한 것은 실탄”이라고 했었죠.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젤렌스키의 유럽의회 연설문 “삶이 죽음을 이길 것이다. 빛이 어둠을 이길 것이다”를 인용하면서 “채플린이 처칠로 변신했다”고 호평. 무엇보다 수도 키이우를 누비며 “모두가 이곳에 있다”고 한 데 대해 “역사의 흐름을 바꾼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찬사. 젤렌스키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평화회담을 제안하면서 “30m나 떨어져 앉지는 말고”는 유머까지 던졌습니다.
청산유수 말솜씨보다 ‘진정성’이 마음을 흔드는 것은 고금의 진리. 3·9 대통령선거 후보들의 연설은 어떨까요. 하나 같이 유머나 윤기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시 돋힌 독설과 분열의 언어만 난무. 니편 아니면 내편을 강요하는 삶이 너무 팍팍해서일까요.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은 한 달 평균 8.5일이나 술을 마셨습니다. 술 마신 날의 평균 음주량은 7잔으로 2017년(6.9잔) 이후 최고. 국민을 통합하고 역경을 극복할 용기를 주는 리더의 언어가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