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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산동 이자까야 Apr 28. 2021

굿모닝, 괴정골목시장!


1965년 베트남. 미군 라디오방송 DJ 에이드리언(로빈 윌리엄스)은 재치있는 풍자로 유명합니다. 언론보다 더 정확하게 전쟁의 참상도 묘사하죠. “공식적으로는 오늘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비공식적으로는 술집에서 폭탄이 터져 2명이 숨지고….” 에이드리언은 전장으로 향하는 병사들에게 ‘위로’입니다. 그들을 배웅하며 선곡한 노래는 역설적이게도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얼마나 멋진 세상인가)’. 이제는 고인이 된 윌리엄스 주연의 영화 ‘굿모닝 베트남’의 한 장면입니다.

괴정골목시장 간판 파사드와 시장 내 깔끔하게 정렬된 간판 및 가격정찰제 표시. 국제신문 DB

부산 사하구 괴정골목시장에도 명물 DJ가 있습니다. 경쾌한 노래부터 “봄 맛이 제대로 담긴 취나물” 출시를 알리는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울립니다. DJ 중 한 명은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는 여명희(50) 씨. 정육점을 운영하는 김성호(63) 씨는 “전화나 문자로 신청곡을 받아 들려줘 고객도 즐거워한다”고 하네요. 


60년 전통의 괴정골목시장은 1990년대 위기를 맞았습니다. 대형쇼핑물이 상권을 장악한 탓. 상인들이 난상토론 끝에 내린 결론은 축제의 일상화. 정기 방역·청소와 가격·원산지 표시는 물론 상품 설명카드까지 도입. 여기에 상인 DJ까지 나섰더니 “대형마트보다 서비스가 낫다”는 평이 돌아왔습니다. 지난해에는 ‘식탁예찬’이라는 브랜드까지 만들었죠. 상인회는 코로나19 한파가 닥치자 ‘괴정골목배달’이라는 온라인 주문서비스도 시행합니다. 매출액은 8개월 만에 15배 증가.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조화를 이루자 ‘what a wonderful Market’이 탄생한 겁니다. 


부산 경제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영화에도 등장한 국제시장을 ‘20세기 부산이 잃어버린 기회’의 하나로 꼽습니다. 한때 전국 최대 시장을 더 발전시키지 못한 탓입니다. ‘모두’라는 의미의 도(都)와 한꺼번에 많은 물건을 사다는 뜻의 ‘떼다’가 합쳐진 도떼기시장이라는 명칭이 처음 붙은 곳도 국제시장. 괴정골목시장이 DJ의 신바람을 등에 업고 ‘제2의 도떼기시장’이 되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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