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경찰 총경 회의'

by 연산동 이자까야

검사하면 떠오르는 단어 중 하나가 ‘집단항명’. 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을 추진하자 수뇌부뿐 아니라 전국 검사들이 어깃장을 놨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적폐청산과 검찰개혁에 너무 힘을 쏟으면서 민생 이슈에 소홀했던 것이 지지층 이탈을 불렀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윤석열 정부는 14만 경찰의 집단항명에 직면했습니다. 행정안전부가 경찰국 신설을 강행하자 ‘경찰의 꽃’으로 불리는 총경들이 오는 23일 전국 총경 회의를 개최합니다. 하급 경찰모임인 직장협의회뿐 아니라 경찰서장까지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은 사상 초유의 사건.

영화 베테랑 스틸컷. CJENM 제공

불꽃은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이 지폈습니다. 그는 최근 경찰 내부망에 올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제안합니다’라는 글에서 “권력기관의 민주적 통제라는 미명 하에 경찰의 정치적 독립을 구시대로 환원” 시킨다고 윤석열 정부를 비판. 또 ‘돈이 없지 가오(자존심)가 없냐’는 영화 ‘베테랑’ 대사를 인용하며 “박봉으로 열악한 근무 환경에도 정의를 수호하는 경찰이라는 자부심으로 살았다” “시작은 경찰국 설치지만 앞으로 더 많은 부당한 간섭이 우려된다” “경찰 고위직 인사권을 확보해 정권에 충성 경쟁을 요구할 것”이라고 주장.


류 서장의 글에는 현재까지 2000개에 육박하는 실명 댓글이 달렸습니다. 경찰 내부망이 생긴 이래 최다라고 합니다. 부산의 한 간부는 “상명하복의 문화가 강한 경찰 조직에서 정부 정책에 공개 반론을 하기 어렵다. 나부터도 윗사람 눈치를 보느라 표현하지 못해 부끄러웠다. 찍힐 각오를 무릅쓰고 전면에 나셔주셔서 감사하다”고 합니다. 류 서장은 “경찰 중립성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침묵하는 건 역사의 죄인이 되는 것이다. 전국 600여 총경 중 430여 명이 가입한 단체 대화방에서 전국 총경회의 개최를 논의했다”고 소개.


이날 행정안전부는 경찰국 신설을 담은 대통령령이 차관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습니다. 마주오는 기차처럼 경찰과 충돌하는 양상입니다. 과연 경찰은 ‘가오’를 세울 수 있을까요? 검찰 출신 윤석열 대통령은 어떻게 대처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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