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경찰서장들이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에 반대해 집단행동을 하자 정치권 공방이 뜨겁습니다. 경찰청은 지난 23일 ‘전국 경찰서장 회의’ 개최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을 24일 대기발령 조치. 국민의힘은 “경찰서장들이 집단행동을 불사하며 정부 정책의 취지를 왜곡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엄중 대처를 주문.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경찰의 중립성을 논의하는 움직임에 전두환 식 경고와 직위해제로 대응한 것에 분노한다. 평검사 회의는 되고 경찰서장 회의는 왜 안 되냐”고 반문. 경찰 내부망에는 “나도 징계하라”는 글이 많다고 합니다.
사실 1990년대까지 경찰 수사권 독립과 직장협의회 설립이 가능하리라 여기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논의의 물꼬를 튼 도시가 바로 부산입니다. 2001년 금정경찰서 경사 C 씨는 홈페이지에 경찰개혁과 직장협의회 설립을 촉구하는 글을 썼다가 파면당합니다. 복직 투쟁을 하던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최소한의 수사권’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습니다. 경찰 내부에서도 “말단 경찰이 쓴소리 좀 했다고 파면하나”는 비판이 많았던 게 사실. C 씨는 오랜 투쟁 끝에 결국 복직합니다. 20여 년이 지나 경찰은 폭 넓은 수사권을 갖게 됐습니다.
류삼영 총경도 공직생활을 부산에서 했습니다. 울산 발령이 나기 전 부산경찰청 청문감사담당관·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장을 역임. 공무원노동조합의 모태가 된 곳도 부산입니다. 2002년 ‘불법’ 낙인이 찍힌 채 출범한 전국공무원노조 초대 사무총장 역시 사하구청 공무원이었습니다.
공직자가 정부 뜻을 거스르면 불이익을 받기 마련. 그런데도 부산 공직자들이 ‘용감’한 이유는 뭘까요. 한 경찰 간부는 “공무원은 기본적으로 보수적이며 상명하복에 익숙하다”면서도 “부산 사람들은 이념을 떠나 ‘틀린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다”고 말합니다. 공무원노조의 한 간부는 “앞뒤 재지 않고 덤비는 무대포 정신”을 꼽습니다. 그는 “부산·경남(PK)은 이승만 정권을 붕괴시킨 4·19혁명과 1979년 부마민주화운동의 성지다. 1987년 6월 항쟁도 부산에서 전국으로 확산했다. 그런 걸 보고 자랐지 않느냐”고 덧붙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5년 내내 검찰과 갈등을 빚었습니다. 그 결과물이 ‘대통령 윤석열’. 윤석열 정부는 전 정부를 타산지석으로 삼을까요? 아니면 힘으로 누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