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

by 연산동 이자까야

통계청은 매년 가족의 형성·해체에 관한 데이터를 발표합니다. 언론이 즐겨 다루는 소재는 결혼과 이혼. 26일 동남지방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울산·경남에서 이혼한 1만5707쌍 중 20년 이상 살다 갈라선 부부가 39.1%로 가장 많습니다. 이혼건수는 10년 전보다 8.2% 감소했는데 이른바 ‘황혼이혼’은 12.9%포인트 증가.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의 시대는 수명을 다한 듯 하네요.

영화 ‘헤어질 결심’ 스틸컷. CJENM 제공

혼인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습니다. ‘결혼을 해야 한다’는 여성 비율은 2010년 58.4%에서 2020년 44.8%로 13.6%포인트 급감. 남성도 69.6%에서 56.4%로 13.2%포인트 감소. 동거에 대한 관념은 너그러워졌습니다. 여성은 10년 전보다 15.9%포인트 증가한 57.3%가 ‘결혼하지 않아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응답. 남성은 11.5%포인트 늘어난 60.4%에 달했습니다. 초혼 연령은 남성이 2011년 31.8세에서 지난해 33.2세로 1.4세 상승. 여성은 29.4세에서 31.0세로 1.6세 증가.


결혼을 늦게 하거나 이혼이 느는 데는 취업난이나 기대수명 증가 같은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특히 황혼이혼 증가 원인을 가족관계에서 찾는 전문가도 있는데요. 동남권 여성의 가족관계 만족도는 57.5%로 남성(62.8%)보다 5.2%포인트 낮다고 합니다. 특히 배우자에 대한 만족도는 여성(62.6%)과 남성(75.4%)이 12.8%포인트 차이 납니다.


여성의 높은 불만족 지수는 ‘가사’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미국 조지아주립대 댄 칼슨 교수는 가사·육아를 공평하게 분담하는 부부는 결혼 생활 만족도가 높고 이혼률은 낮다는 연구 결과를 2015년 발표했는데요. 반면 동남권 여성의 하루 가사 시간은 3시간으로 남성(52분)의 3배 가량입니다. 맞벌이 가구도 아내의 가사 시간(3시간11분)이 남편(51분)보다 3배 이상. 집안일에 지친 여성들이 뒤늦게 ‘헤어질 결심’을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가사 시간을 늘려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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