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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를 이대로 보내도 될까

by 연산동 이자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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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사가 강사랑은 부산 국제시장에서 구제옷을 팔아 입에 풀칠을 합니다. 한국전쟁이 막 끝난 터라 누구나 힘든 시절이었죠. 그때 사귄 처녀 이름이 금순. 어느 날 작곡가 이병주·박시춘과 만난 강사랑은 전통시장을 지나다 영감을 받습니다. 그가 급하게 휘갈겨 쓴 가사를 읽은 박시춘은 기타를 꺼내 악보를 다듬더니 가수 현인을 호출합니다. 박시춘의 부인이 운영하던 오리엔트 다방에서 시작된 녹음은 날이 샐 무렵 완성. 그때 골목을 지나던 두부 장수의 종소리가 음반에 삽입돼 다시 취입할 수 밖에 없었죠. 음악 천재들이 뚝딱 만든 노래가 ‘굳세어라 금순아’. 1절의 주제는 흥남부두 철수(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부두에). 2절의 무대는 국제시장(이내 몸은 국제시장 장사치기다). 3절은 금순에 대한 애달픔(금순아 어디로 가고 길을 잃고 헤매었더냐).  

21764_1620809481.jpg 국제시장 외부 전경. 국제신문DB

‘굳세어라 금순아’는 무려 1만 장이 팔립니다. 음반 한 장 가격이 국밥(5000환)의 10배가 넘던 시절 ‘BTS급’ 인기를 누린 셈. 우여곡절도 있었죠. 어느 날 군경이 음반 판매를 중단시킵니다. ‘영도다리 난간 위에 초승달만 외로이 떴다’는 가사가 문제가 됐다는군요. 군인들은 음반 제작자에게 ‘왜 달이 영도다리 난간 위에 아슬아슬 떴다고 표현했느냐’ ‘초승달을 외롭게 떴다고 한 까닭이 무엇인가’를 추궁했다고 하네요. 여기까지가 시인이자 가요평론가인 이동순이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근현대사의 상징적 공간인 국제시장의 현대화가 추진됩니다. ㈔국제시장번영회 이사회는 지상 2층인 국제시장을 허물어 35층으로 재건축하는 현대화 계획을 최근 의결했습니다. 코로나19와 전자상거래 확대로 더는 버티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점포 매매가(2평 기준)도 2014년 7000만~8000만 원에서 요즘은 3000~4000만 원대로 하락. 영화 ‘국제시장’에서 ‘덕수(황정민 분)’가 한 평생을 바쳤던 ‘꽃분이네’도 사라질 지 모르겠습니다. 역사와 국제시장은 동의어입니다. ‘이대로 보내도 될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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