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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산동 이자까야 May 13. 2021

순이를 이대로 보내도 될까

작사가 강사랑은 부산 국제시장에서 구제옷을 팔아 입에 풀칠을 합니다. 한국전쟁이 막 끝난 터라 누구나 힘든 시절이었죠. 그때 사귄 처녀 이름이 금순. 어느 날 작곡가 이병주·박시춘과 만난 강사랑은 전통시장을 지나다 영감을 받습니다. 그가 급하게 휘갈겨 쓴 가사를 읽은 박시춘은 기타를 꺼내 악보를 다듬더니 가수 현인을 호출합니다. 박시춘의 부인이 운영하던 오리엔트 다방에서 시작된 녹음은 날이 샐 무렵 완성. 그때 골목을 지나던 두부 장수의 종소리가 음반에 삽입돼 다시 취입할 수 밖에 없었죠. 음악 천재들이 뚝딱 만든 노래가 ‘굳세어라 금순아’. 1절의 주제는 흥남부두 철수(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부두에). 2절의 무대는 국제시장(이내 몸은 국제시장 장사치기다). 3절은 금순에 대한 애달픔(금순아 어디로 가고 길을 잃고 헤매었더냐).  

국제시장 외부 전경. 국제신문DB

‘굳세어라 금순아’는 무려 1만 장이 팔립니다. 음반 한 장 가격이 국밥(5000환)의 10배가 넘던 시절 ‘BTS급’ 인기를 누린 셈. 우여곡절도 있었죠. 어느 날 군경이 음반 판매를 중단시킵니다. ‘영도다리 난간 위에 초승달만 외로이 떴다’는 가사가 문제가 됐다는군요. 군인들은 음반 제작자에게 ‘왜 달이 영도다리 난간 위에 아슬아슬 떴다고 표현했느냐’ ‘초승달을 외롭게 떴다고 한 까닭이 무엇인가’를 추궁했다고 하네요. 여기까지가 시인이자 가요평론가인 이동순이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근현대사의 상징적 공간인 국제시장의 현대화가 추진됩니다. ㈔국제시장번영회 이사회는 지상 2층인 국제시장을 허물어 35층으로 재건축하는 현대화 계획을 최근 의결했습니다. 코로나19와 전자상거래 확대로 더는 버티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점포 매매가(2평 기준)도 2014년 7000만~8000만 원에서 요즘은 3000~4000만 원대로 하락. 영화 ‘국제시장’에서 ‘덕수(황정민 분)’가 한 평생을 바쳤던 ‘꽃분이네’도 사라질 지 모르겠습니다. 역사와 국제시장은 동의어입니다. ‘이대로 보내도 될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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