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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산동 이자까야 May 17. 2021

"세 손가락 꽃 되어 피어나라"

간절한 기도는 기적을 낳습니다. 소설가 정태규는 2011년 루게릭병 진단을 받습니다. 근육이 수축돼 눈동자 굴리기와 눈 깜박이기만 가능한 ‘감옥’이 그를 가둡니다. 의리파 부산 문인들이 가만 있을 리 없죠. ‘아이스 버킷 캘린지’를 통해 그와 고통을 나누는 한편 한 푼 두 푼 정성을 모아 ‘안구 마우스’를 선물합니다. “기도에 대한 응답처럼 (안구 마우스가) 내게 왔다.” 감동한 정 작가는 수 만 번의 눈 깜박임 끝에 2017년 ‘당신은 모를 것이다’를 발간하는 기적을 선보입니다. 


지난 13일 미국에선 미얀마를 위한 기도가 울려 퍼졌습니다.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 참가한 미얀마 대표 투자 윈 릿이 ‘미얀마를 위해 기도를’이라고 적힌 팻말을 펼치자 관객들이 환호와 박수로 응원. 투자는 모델로도 활동하는 유명 연예인입니다. 지난 3월에는 미스 그랜드인터내셔널 대회에 출전한 미스 미얀마 한 레이가 미얀마 민주화 운동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한 적이 있었죠.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열린 미스 유니버스에 참가한 미얀마 대표 투자 윈 릿이 전국 의상 경연 도중 ‘미얀마를 위해 기도를’ 팻말을 펼쳐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미얀마는 현재 지옥입니다. 반정부시인 세인 윈은 괴한에 의해 산채로 불태워졌습니다. 시인인 크 자 윈과 찌 린 아이도 지난 3월 총격에 희생됐습니다. 반 쿠데타 운동을 벌이던 시인 켓 띠는 최근 군경에 끌려가 신문을 받다가 장기가 모두 사라진 채 주검으로 되돌아왔습니다. 


미얀마 출신 난민 가수 완이화(14)가 16일 헌정곡 ‘미얀마의 봄’을 유튜브에 공개했습니다. ‘차가운 바람에 몸을 던진 사람들/자유에 달콤한/ Everything Will Be Okey/ 자유 자유/ 아버지의 고향/세 손가락 꽃 되어 피어나라 미얀마’. 가슴 아픈 가사가 5월 광주를 떠올리게 합니다. 


외신이 미얀마에서 촬영한 사진은 가슴을 찢습니다. 아이가 아빠의 영정 사진을 들고 절규합니다. 죽은 청년의 사진이 종이 돛단배에 실려 강물에 흘러갑니다. 군경의 곤봉은 시위대의 얼굴을 뭉갭니다. 피 멍든 소녀는 그래도 세 손가락을 꺾지 않습니다. 눈물이 그렁그렁합니다. 도시가 불에 탑니다. 촛불도 타 들어 갑니다. 미얀마를 위한 세계인의 기도가 부디 기적을 낳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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