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한 젊은 의원이 지난 10일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소방관 출신으로 경기 의정부갑에서 당선된 오영환(35) 의원입니다. 그는 여성 클라이밍의 전설 김자인 선수의 남편이기도 합니다. 오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은 제22대 총선을 1년 앞둔 날입니다. 저는 무거운 마음으로 긴 고민 끝에 이 자리에 섰습니다. 국회가 국민께 안정과 신뢰를 드렸는지 이제는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고 말했습니다.
소방관 경험을 살려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다짐으로 정치에 투신한 오 의원은 연이은 소방관의 순직이 발생하자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다고 합니다. 그는 "저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내려놓을 용기를 냈습니다. 제가 국회에서 계속 역할을 해야 한다는 오만함도 함께 내려놓습니다"고 밝혔습니다. 오 의원은 사회적 갈등을 녹여내는 용광로 역할을 해야 할 국회가 이 역할을 얼마나 충실히 했는지 돌아봐야 할 때라고 토로했습니다. 그는 "우리 정치는 상대 진영을 누가 더 효과적으로 오염시키는지를 승패의 잣대로 삼으려고 합니다"며 "이들을 설득하고 조정해낼 정치적 역량을 제 안에서 찾지 못했습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는 이어 자기의 사명인 국민 곁의 소방관으로 다시 돌아간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강연에서 만난 조훈현 전 국회의원도 "새빨간 거짓말을 하면서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는 사람이 국회의원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야 잘 하는 국회의원이라고 합니다. 전 그렇게 못해 국회를 나왔습니다"고 말했습니다.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에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바꾸려는 시도가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사표를 방지하고 국민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제도로 바꾸기 위해 국회의장을 비롯 여러 명의 의원이 애를 쓰고 있습니다. 소선거구제의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 중대선거구제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한 선거구에서 5명 이상의 의원을 뽑되 한 정당이 여러 명을 공천하자는 안도 나왔습니다. 이렇게 하면 정당이 다양한 인물을 공천하게 되고 일당이 독식하는 폐단도 막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제발 선거제를 바꿔보자고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국민 여론이 개혁을 열망해야 합니다. 그래야 정치인들이 바꿉니다.
루소는 '사회계약론'에서 추첨제 민주주의를 제안했습니다. 국민의 대표를 추첨으로 뽑자는 거지요. 일견 황당한 주장이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우리 정치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방안입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유능한 인물은 선거에 나오지 않습니다. 뭐하라 나왔다가 얼굴 그슬리느냐는 것입니다. 추첨으로 뽑으면 지금 국회의원보다 더 훌륭한 사람들이 의정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선을 하지 못하니 계파도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오직 국민을 위한 봉사로 4년을 채울 겁니다. 막대한 선거비용을 내며 떠들썩하게 운동하지 않아도 됩니다.
한국의 경제와 군사력은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선진국입니다. 하지만 정치는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 잘못을 정치인에게만 돌리지 맙시다. 우리가 정치를 혐오하는 순간 가장 좋아하는 게 정치인들입니다. 정치인들이 자기들 멋대로 정치하게 둬서는 안 됩니다. 이것이 순자가 말한 군주는 배요, 백성은 물입니다. 물은 배를 띄우지만 배를 뒤집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