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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곡관리법', 이거 아나?

by 연산동 이자까야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이번 주 '이거 아나'에서 소개할 시사상식 용어를 '양곡관리법'으로 정했어요. 여러분은 하루에 밥을 몇 번 정도 챙겨드시나요? 라노는 하루에 밥을 한 번도 안 먹을 때가 있는데요. 끼니를 면이나 빵으로 대체할 때도 많기 때문이에요. 이처럼 다른 작물이 쌀을 대체하게 되면서 우리나라 쌀 소비량이 줄고 있어요. 이 현상과 관련된 법이 바로 양곡관리법인데요. '양곡관리법'이 뭔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라노가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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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쌀 소비량이 줄어 농가에 시름이 깊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는 쌀을 정부가 사도록 하는 법안인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국회 상임위원회(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통과시켰습니다. 농민의 시름을 덜어주고 식량위기에 대비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국민의힘은 정부의 재정 부담과 근본적인 원인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법안이라며 양곡관리법을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국회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였죠.


이에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법률안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습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첫 거부권 행사로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이후 약 7년 만의 법률안 거부권 행사였습니다. 윤 대통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며 "시장의 쌀 소비량과 관계없이 남는 쌀을 정부가 막대한 혈세를 들여 모두 사들여야 한다는, 남는 쌀 강제 매수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렇게 논란에 휩싸인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대체 어떤 법일까요? 양곡관리법은 쌀 콩 보리 등 먹거리로 쓰이는 곡식의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고 가격을 유지하기 위한 법입니다. 쌀 소비량이 떨어지면서 생산한 쌀보다 소비한 쌀의 양이 적어지면 쌀이 남게 됩니다. 이때 정부가 남는 쌀을 사들여서 쌀값을 받아야 할 만큼 보장해주는 것입니다. 이 양곡관리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지난해부터 있어왔죠.


현재의 양곡관리법은 쌀이 남을 때 정부가 상황을 보고 쌀을 사들일지 말지, 산다면 얼마나 살지를 정했습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에서는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5%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하락할 때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전량 매입하는 것으로 기준을 명확하게 정했죠.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민주당과 국민의힘, 농민단체의 입장이 제각각 갈리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양곡관리법을 개정하면 시장에 나오는 쌀의 양과 가격을 조절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국민의힘은 개정안으로 쌀값이 떨어지는 걸 막는 것은 잠깐이라고 주장하죠. 농민단체는 개정안만으로는 농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수입 비중이 높은 다른 작물 농사를 키우는 데 더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각자의 입장 차가 있어 대안을 찾기 어려워 보입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조수진 최고의원이 지난 5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대안으로 '밥 한 공기 다 먹기' 캠페인을 제안했습니다. 조 최고위원은 "여성은 다이어트 때문에 밥을 다 안 먹는다. 그러나 다른 식품과 비교해선 오히려 칼로리가 낮지 않느냐"고 말했죠. 쌀 문제를 희화화했다며 거센 비난이 일었습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윤 대통령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했기 때문에 다시 국회로 넘어가 재표결에 부쳐졌습니다. 법안 재의결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요건으로 합니다. 현재 재적의원(299명) 중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115명)이 3분의 1을 넘기 때문에 재의결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점쳐졌죠. 예상대로, 지난 13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290명 가운데 찬성 177표, 반대 112표, 무효 1표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출석 의원 3분의 2를 넘지 못해 최종 부결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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