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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산동 이자까야 May 21. 2021

대기업의
'박근혜 정권' 트라우마

부산에서 성장한 대기업이 꽤 많습니다. LG화학·삼성그룹·넥센타이어가 대표적. 1956년 국내 최초로 자동차용 타이어를 생산한 흥아타이어(넥센타이어)가 태동한 곳이 부산도시철도 부전역 일대. 럭키치약(LG화학)은 부산진구 진양삼거리에서 글로벌기업의 터전을 마련합니다. 전포카페거리와 가까운 NC백화점은 경남모직이 있던 자리. 동천 옆 주상복합건물인 더샵 센트럴스타는 삼성의 모태인 제일제당이 있던 곳입니다. 제일제당은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일군 첫 제조기업이죠. 

90년대 흥아타이어 공업 전경. 국제신문DB

롯데그룹 또한 부산을 빼고 설명할 수 없습니다. 창업주인 고(故) 신격호 회장은 일제강점기인 1940년대 영도다리가 보이는 광복동에서 청년기를 보냈습니다. 일본에서 성공한 신 회장은 노후화된 영도다리 복원비 전액과 북항 오페라하우스 건립비 1000억 원을 쾌척했죠. 현재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를 비롯해 쇼핑·제과·호텔·테마파크까지 20여 계열사가 부산에 진출한 상태입니다. 


과거 대기업 총수들은 국제 이벤트 유치에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고 조양호 한진 회장과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성사시킨 장본인.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여수엑스포를 위해 발 벗고 나섰죠. 부산시가 대기업 총수들에게 2030월드엑스포 유치위원장을 맡아 달라고 요청하자 대부분 손사래를 쳤다고 합니다. 1차 이유는 코로나19로 경영이 어려워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2차 이유는 ‘박근혜 정권 트라우마’입니다. 롯데그룹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상당한 타격을 받았죠.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도 불미스러운 일에 얽힌 상태. 재계에선 “정부 사업에 섣불리 관여했다가 어려움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고 하네요. 


정부와 부산시가 엑스포 유치를 위해 대기업의 힘을 빌리려면 조금 더 세심하게 설득해야 할 것 같습니다. 명분도 제공해야겠죠. 무리한 요구나 협박을 한다면 또 뒤탈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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