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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산동 이자까야 May 24. 2021

"뭘 그리 망설이노?
팍팍 질러라"

통합.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 추도식(경남 봉하마을)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입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부끄러운 고백을 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불신과 갈등이 어느 때보다 깊다”면서 ‘바보 노무현’처럼 국민 통합을 위한 희망을 놓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도 “통 큰 소통과 진영논리를 넘어선 통합의 정신이 아쉬운 요즘이다. 노 전 대통령께서 남기신 그 뜻을 이정표로 삼아야 한다”고 했죠. 여야 모두 노무현 정신에 대해 ‘그때도 맞고 지금도 맞다’고 동의한 셈.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 추도식에서 참석자들이 노 전 대통령 영상을 보고 있다. 

그런데 갈등의 원인을 두고선 입장차가 큽니다. 국민의힘은 논평에서 “여권이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을 멈추지 않는다면 국민 통합은 요원” “어느 때보다 불공정이 가득한 시대인지라 위선과는 거리가 멀었던 노 전 대통령이 그립다”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에 헌신한 노 전 대통령의 가치가 작금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초석이 되길 바란다”고 했죠. 


반면 정세균 전 총리는 “당신을 정치적으로 타살한 세력이 반칙과 특권으로 발호하려고 한다(중략). 반칙을 단죄하는 일이 원칙이고 특권을 깨트리는 일이 공정”이라며고 날을 세웁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헌법가치를 들먹이며 스스로 정치권력이 되려는 오늘의 정치검찰을 보면서 노무현 대통령님의 말씀을 떠올린다” “BBK특검팀에는 윤석열 검사가 있었다”고 했죠. 반칙에 대한 정의는 물론 반칙을 저지르는 집단에 대한 인식차가 상당히 큽니다. 


“대의만 따르면 어리석어 보이고, 눈앞의 이익을 따르면 영리해 보이지만, 멀리 보면 대의가 이익이다.” 노 전 대통령이 2007년 광주 무등산에 올라 남긴 말입니다. 겉으론 통합을 외치면서 속으로는 표만 따지는 요즘 정치권을 본다면, 노 전 대통령은 뭐라고 할까요? 참모들이 주저할 때마다 등을 떠밀며 했던 그 말, “뭘 그리 망설이노? 팍팍 질러라”고 호통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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