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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산동 이자까야 May 25. 2021

난장판 된 코인과 욕망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한숨이 넘칩니다. 시가총액이 최근 2주 동안 1000조 원(약 37%) 증발한 탓입니다. 삼성전자 2개의 가치가 사라진 것과 같습니다. 가상화폐 폭락은 미국과 유럽이 “거품” 우려를 내놓은 데 이어 중국이 “채굴·거래 행위를 타격하겠다”고 한 영향이 큽니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가상화폐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 원흉입니다. 그가 “진짜 전투는 법정 통화와 가상화폐 사이에 있다. 나는 후자를 지지한다”고 하자 “당신 때문에 인생을 망쳤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습니다.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요즘은 거액의 수수료를 받고 잠적해버리는 ‘가짜 거래소’까지 활개 친다고 합니다. 부산 연제구에 사는 박모(56) 씨는 지난 14일 A 씨로부터 코인 투자를 해보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전세금 마련이 급했던 박 씨는 A 씨가 추천한 코인 거래소 계정에 6100만 원을 넣습니다. 한 동안은 천국을 나는 기분이었다고 합니다. 거래소 전산망에 표시된 수익금이 3억7470만 원까지 늘었거든요. 


그런데 수익을 인출하려하자 문제가 생겼습니다. 거래소 측은 ‘수익금을 받으려면 20%(5474만 원)를 수수료로 선입금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박 씨가 “당장 돈이 없으니 수수료를 공제하고 환전해 달라”고 하자 ‘출금 요청일로부터 7일이 지나면 전액을 몰수한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박 씨는 “자꾸 항의하자 나를 회원 탈퇴시켰다. 처음엔 은인을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사기였다”며 24일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습니다. 


중국 명나라의 사상가 이탁오는 50세에 이르러 자신을 “한 마리 개”라고 자아비판합니다. “성인의 가르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앞에 있는 개가 뭔가를 보고 짖으면 나도 따라 짖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그는 74세가 돼서야 “공자를 제대로 이해하여 더 이상 따라 짖지 않게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이탁오의 개와 달리 머스크가 트윗에 올린 ‘달보고 짖는 개’는 욕망을 의미합니다. 혹시 ‘달 보고 짖는 개’ 옆에서 ‘따라 짖는 개’처럼 부화뇌동 하고 있는 건 아닌지도 되돌아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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