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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오염수 방류②:
오염수 방류 막을 수 있을까?

by 연산동 이자까야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가 아주 어렸을 적 살던 집 뒤편에는 작은 계곡이 있었어요. 여름이면 거의 매일같이 나가서 동네 친구들과 물놀이를 하는 곳이었죠. 물놀이의 여파는 크게 다가왔어요. 라노에게 아토피가 생겨버렸기 때문인데요. 지금까지 깨끗하게 낫지 않았어요. 라노가 물놀이를 했던 계곡에서 사람들이 불법으로 폐수를 버렸기 때문이었어요. 폐수를 버릴 수 있는 방법은 다른 것도 있었을 거예요. 폐수 처리 비용을 들이기 싫어 계곡물에 흘려보낸 것이 라노를 평생 고통스럽게 만들었죠.

21764_1684597890.png 경남 거제시 일운면 구조라항 앞바다에서 어민들이 일본의 원전 오염수 해상방류 결정에 항의하는 해상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어쩔 수 없는 사고였어요. 천재지변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으니까요. 하지만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출은 원전 사고와 달리 불가피한 일이 아닙니다. 해양 생태계와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마땅히 자체적으로 처리해야 할 오염물질이죠. 게다가 오염수 처리 방법이 해양 방출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어떻게 처분할지에 대해 5개의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오염수를 희석해 해양 방출 ▷가열해 증발시킨 후 대기 중에 방출 ▷전기분해한 후 수소로 만들어 대기 중에 방출 ▷땅속 깊은 지층에 주입 ▷시멘트 등에 섞어 땅속에 매장 ▷오염수 저장 탱크에 장기 보관 등의 여러 방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2020년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기준 이하로 희석해 해양 방출하는 방안을 최종 결정했습니다.


■일본이 오염수를 해양 방출하기로 결정한 이유


일본이 해양 방출을 결정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결국은 '돈 문제' 때문입니다. 원전 오염수를 제대로 처분하기 위해서는 삼중수소 반감기 12.3년을 감안해 최소 120년 정도를 저장 탱크에 장기 보관한 뒤 1/1000 수준으로 외부 방출을 해야 합니다. 현재 일본이 가지고 있는 오염수는 125만t에 달합니다. 오염수를 제대로 처분하기 위해선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 수밖에 없죠.


2019년 일본 공익사단법인 일본경제연구센터(JCER)의 '속(續)·후쿠시마원전사고의 국민부담'이라는 보고서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처리 비용이 40년간 35조~80조 엔으로 그중 오염수 대책이 가장 급한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오염수 해양 방출 여부에 따라 비용 차이가 엄청나기 때문이었습니다. 해양 방출을 하지 않고 처리할 경우 폐로·오염수 처리 비용은 51조 엔, 오염수를 희석해 해양 방출하는 비용은 11조 엔으로 추산했죠. 무려 40조 엔(약 413조 원)이라는 엄청난 차이가 납니다.


■30년 만에 태도 바꾼 일본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출 결정은 '내로남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 30년 전인 1993년 러시아 해군이 일본 홋카이도 섬 근처 동해에 방사능 물질을 버리는 것을 발각했습니다. 러시아는 핵잠수함에서 쓰던 중고원자로 등 핵폐기물을 비밀리에 동해에 버리고 있었죠.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공개한 러시아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투기는 1960년대부터 시작됐고 그 양은 1993년까지 액체 핵폐기물이 1만2300㎥, 고체는 6200㎥ 규모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에 일본 정부는 러시아 정부에 강력하게 항의하고 핵폐기물 투기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일본 정부의 대응은 한 단계 더 나아가 '런던협약(폐기물 및 기타 물질의 투기에 의한 해양오염방지에 관한 협약)'의 개정을 이끌어내겠다고 선포했습니다. 당시 런던협약은 고준위핵폐기물 투기는 전면 금지하고 있었지만, 저준위의 경우 해당국 정부의 허가가 있으면 수심 4000m 이상의 해역에는 버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러시아의 투기를 원천봉쇄하겠다"며 "저준위핵폐기물 투기도 완전 금지시키겠다"고 했죠. 그리고 일본은 1993년 11월 런던협약 당사국회의에서 핵폐기물의 해양투기를 전면 금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2023년, 상황이 뒤바뀌었습니다. 이번엔 일본이 '처리수'라는 표현을 쓰며 원전 오염수를 정화했으니 바다에 방류해도 괜찮다는 주장을 펼치고 나선 것입니다. 일본은 과거에 그렇게나 비난했던 러시아와 같은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일본이 방출하려는 오염수의 양은 러시아가 바다에 방출한 핵폐기물의 1400배에 달한다고 합니다. 일본은 주변국인 한국과 중국에 충분한 협의나 양해도 구하지 않았습니다. 해양 방출과 관련해 국제적으로 투명성을 확보하고, 국제적 감시나 참관에 대한 언급도 거의 하지 않았죠.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의 시찰단 파견을 허용하긴 했지만 시찰단이 후쿠시마 오염수의 안정성을 평가하거나 확인하지는 못하게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나란히 걷고 있다. 연합뉴스

■오염수 방출에 대한 국내외 반응


'오염수 방류를 누가 찬성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오염수 해양 방출에 찬성하고 있습니다. IAEA는 일본인이 사무총장을 맡은 바 있고, IAEA에 분담금을 전체의 약 10% 내외를 차지할 만큼 지불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합니다. IAEA는 줄곧 오염수 처리에 문제가 없다는 보고서를 내놓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해 국제원자력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결정도 내렸습니다. IAEA 사무총장도 일본의 입장을 환영한다는 뜻을 내비쳤죠.


미국은 국무부가 나서 오염수 방류에 대해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한다며 일본의 결정을 지지했습니다. 미국식품의약국(FDA)도 "오염수 방류는 인간이나 동물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존 케리 대통령 기후특사도 "일본이 IAEA와 협력했고 엄격한 절차를 마련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IAEA가 모니터링 하는 과정에서 일본과 협력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죠.


일본의 주변국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을 당연히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중국은 일본의 오염수 방출 결정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죠. 중국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일본의 일부 정치인들이 오염수가 깨끗하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그들이 오염수를 마시고 밥이나 빨래를 하거나 농사를 지으라"며 "오염수가 해산물을 오염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보장해야 하고, 한국 등 주변 국가와 함께 방류 계획을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오염수를 방류하기 시작하면 우리나라는 피해를 입을 것이 분명합니다. 당연히 우리나라도 오염수 방류를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나서야 할 것 같지만 한국 정부의 반응은 애매하기만 하죠. 오염수 방류를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습니다.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을 위해 전문가를 파견하기로 확정했는데요. 전문가 시찰단은 모두 21명으로 구성되며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단장으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원전시설 및 방사선 분야 전문가 19명,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해양환경 방사능 전문가 1명 등으로 구성했습니다.


시찰단은 오는 21일부터 5박6일간 일본으로 파견됩니다. 시찰단은 ▷도쿄전력 및 경산성 관계자들과 기술회의를 통해 후쿠시마 원전의 전반적인 현황(오염수·지하수 관리현황 포함)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논의 ▷도쿄전력 및 경산성 관계자들과 기술회의를 통해 후쿠시마 원전의 전반적인 현황(오염수·지하수 관리현황 포함)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논의 ▷ALPS 및 해양방출 설비의 설치상태와 성능 점검 결과 확인 ▷알프스 처리된 오염수의 농도 분석결과 등 점검 ▷일본 도쿄전력 등 관계자들과 기술회의 등을 통해 생태계 축적 등 방사선 환경영향평가, 탱크 오염수 분석값 등에 대한 심층 논의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시찰단을 파견한다고 했지만 여전히 우려의 눈길을 보내는 이들도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오염수의 안전성을 평가하거나 확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오염수를 방류하기 위한 수순이자 요식행위가 되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있죠.


부경대 차재권(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부의 애매한 반응에 대해 "윤석열 정부가 기본적으로 원자력에 대한 효용성이 큰 정부이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원자력에 대한 위험성을 과소평가하고 방사성 물질이 크게 위험하지 않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오염수 방류를 외교 동맹을 강화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으로 보고 있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죠. 차 교수는 "현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경성대 김해창(환경공학과) 교수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막기 위해 유엔해양법협약이나 런던의정서 위반 등을 이유로 국제해양법 소송을 하거나, 중국을 비롯한 연안 국가들의 연대를 통해 일본에 강력하게 항의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특히 중국, 대만을 비롯한 브라질, 칠레 등 해양 인접 국가와 연대해 유엔과 IAEA, 국제해사기구(IMO), 세계보건기구(WHO)에 해양 환경 영향 및 피해에 대한 우려를 적극 어필해 국제여론을 환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죠. 김 교수는 "정부가 사후 대응이 아닌 사전 방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교수는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결정은 고의적이고 반인류, 반생명적이라는 점을 부각해 국제 여론을 압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친미·친일적 정부 성향이 문제"라며 "국제기구 제소는 정부만이 할 수 있는데 현 정부의 의지나 능력으로는 이러한 최소한의 대응마저도 기대하기 힘들 것 같아 걱정된다"고 우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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